뭣 좀 한다는 도사급 사람들이 하는 입발림 구라 중에 하나가 바로 ‘영안’이다. 우리 같은 보통사람은 육안(肉眼)으로밖에 세상을 못보지만 자기들처럼 수행을 한 사람들은 영안이 열려 보통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세계(사후 세계, 미래, 전생, 먼 곳, 땅속 등등 심지어 외계까지)를 훤히 들여다본다고 한다. 뭐 믿거나 말거나지만 게 중에는 본인(혹은 그의 스승이란 사람)이 진짜 그런 능력을 지녔다고 믿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아무려나 그런 구라도 자꾸 치다보면 가끔은 맞히는 경우도 생긴다. 물론 우연이겠지만 본인은 필연이라며 철떡같이 믿고 더욱 구라치기에 열중한다.
어쩌다 귀신(헛것)을 본 사람들은 현실세계의 이면(그런 게 가능할 리 없지만)에 차원이 다른 또 다른 영적인 세계가 있다고 믿는다. 또 수행 중 공중에 자신과 주변을 내려다보는 체험을 한 사람 역시 영계가 존재한다고 믿을 수밖에 없겠다. 분명 눈을 감았는데도 불구하고 눈을 뜬 것보다 더 생생하게 주변을 보았으니 안 믿을 수도 없겠다. 하여 비록 찰나적이지만 그때 자신의 영안이 열렸던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는 우리 뇌에 그 영안이 숨어있을 만한 곳을 지목했는데 그게 바로 송과체다.
솔방울 모양을 닮았다고 솔방울샘이라고도 불리는 송과체는 멜라토닌 분비하여 밤낮의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데 하필 좌우대뇌반구 사이, 그러니까 대뇌의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는 바람에 심령연구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게 되었으리라. 하여 이 송과체를 자극하여 활성화시키면 자신의 몸과 우주의 감춰진 비밀을 풀 수 있는 초능력이 계발되고 제3의 눈이 열린다는 등 소설을 쓰고 있지만 당연히 다 헛소리다. 물론 송과체에 이상이 생겨 멜라토닌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지 않으면 리듬이 깨져 정신질환을 앓을 수는 있겠다.
그런가 하면 인도 수행자들의 이마 한 가운데 눈을 그려놓고는 ‘제3의 눈’이 열리는 곳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누군가 수행을 한다며 앉아 골똘하게 한 곳(촛불 등)을 집중해서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그곳이 뜨끔해지면서 순간적인 삼매현상으로 놀라 번쩍 하고 눈 떠는 특이한 체험을 하고나면 마치 그곳에 영혼(신비)세계를 들여다보는 보이지 않는 눈이 있는 것처럼 믿는다. 이후 헛것만 보이면 그게 바로 영안이 열려서 그런 것으로 오해한 것이리라.
또 손바닥에다 눈을 그려놓은 그림도 있는데, 지금이라도 히말라야에서 수도 중인 그럴듯하게 생긴 수행자가 자기는 뒤에도 눈이 달렸다고 주장하며 뒤통수에 눈을 그린 그림을 유튜브에 올려놓으면 전 세계 심령학회 회원들이 그걸 다운받아 ‘제4의 눈’이라며 돌려댈 것이다. 그리고 그리 머지않아 세계 곳곳에서 ‘제4의 눈’이 열린 자들이 몰려나올 것이다.
어차피 종교란 비현실세계를 가설해놓고 그 기반 위에 인간(영혼)을 계도하여 사회적 단합과 질서를 잡는 데에 그 가치를 두고 있다 하겠다. 헌데 모든 종교가 미개한 시대에 만들어져 과학적 논리를 들이대는 것을 거부한다.(신생 종교라 해도 마찬가지다.) 두려움과 신령스러움이 없으면 종교로서의 역할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하여 그 어떤 종교든(심지어 서로 원수가 되어 싸우는 종교끼리도) 남의 신(神)은 부정하더라도 영혼세계만은 부정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불문율은 지켜가며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겠다.
모든 인간이 정신이 올바르면 누가 병원을 찾고 교회나 절을 찾겠는가? 모든 인간이 솔직하면 누가 신(神)을 찾겠는가? 하여 영혼세계(가상현실)에 관한 온갖 정신병적 사유와 혹세무민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방관‧방조하는 것이리라. 인간은 지루함을 못 견딘다. 요즘 구라는 게임과 가상화폐가 대세다. 구라가 과학과 붙으면 큰돈이 된다. 혜안(慧眼)은 있어도 영안(靈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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