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텍사스 레인저스 구단이 11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한국인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7년간 1억 3천만 달러를 투자해 자유계약선수(FA) 추신수를 영입한 구단이 8만 5천명이 거주하는 댈러스·포트워스 지역 한인을 야구장에 끌어들이기 위해 기획한 행사다. 이날 오전 추신수 선수의 사인회는 텍사스주 댈러스 인근 한인 타운인 캐럴턴의 유나이티드 센트럴 은행에서 '한국인의 날' 행사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었는데 한국과 미국 팬 250명이 몰렸다고 한다. 추신수는 이날 "오늘은 나와 한인 지역 사회에 모두 특별한 날로서 앞으로도 텍사스 구단이 정기적인 행사로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경기 시작 전 텍사스 구단은 댈러스 한인회에 한인문화회관 건립 기금으로 2만 달러를 기탁했는데, 김동찬 주 휴스턴 한국 총영사관 산하 댈러스 출장소장, 안영호 댈러스 한인회장 등 공관·한인회 관계자는 경기 전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국 은퇴 군인에게 메달을 증정하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텍사스 구단과 손잡고 이번 행사를 마련한 댈러스 한인회는 경기 전 입구에서 한국 전통 북춤 공연, 사물놀이 공연을 펼치고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는 태극문양이 그려진 부채 1천개와 한국 안내 책자를 무료로 배포하며 한국 알리기에 나섰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인기 걸 그룹 원더걸스의 예은은 애국가를 불러 분위기를 북돋웠다. 한국인은 왜 영원한 글로벌 이방인인가? 얼마 전 자칭타칭 한국홍보전문가의 엉터리 애국홍보광고 때문에 미국에 광고비 갖다 바치고 ‘한국인들 참 웃긴다’는 비아냥거림을 받은 적이 있다. 한국인들은 소국근성과 피식민지배를 당한 콤플렉스 내지는 트라우마가 있어 애국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물론 그것도 순수한 자국애가 아니라 상대(외국)적 애국이다. 하여 개인들조차 한국 알리기에 막무가내로 뛰어드는데 문제는 그게 그다지 아름답게 보이지 못하다는 데 있다.
코리아를 기억해 달라고 안달을 해대는 한국인들. 헌데 어떤 모습으로 기억해주길 바라는가? 비록 일개 야구단의 상업적 목적의 행사라 해도 명색이 ‘한국인의 날’이다. 사인회에 너절한 티셔츠 바람으로 나온 한국 대표 선수, 감히 미국인들과 섞여 서지도 못하는 한국교포들. 공식적인 행사에서 반바지에 막 캐주얼 차림으로 태극기를 들고 애국가를 부르는 한국의 청년들. 무작정 한국 알리기가 국격 디스카운트 주범인 줄, 나아가 한류가 왜 후진국으로만 흐르는 줄을 알기나 할까? 이날 중요 식순을 맡은 '레이디' 예은의 경우 그냥 마음편한 평상복 차림보다는 경기장내 한미 모든 인사들이 애국가 노래와 더불어 행사의 의미를 차분히 되새겨볼 수 있도록 '메시지 전달용' 의상을 입었어야 했다. 가령 텍사스를 자동 연상시키는 모자나 의상 또는 품위 있는 우아한 의상을 입고 애국가 열창했더라면 관중과 선수들 모두의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우렁찬 박수를 받아냈을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선진국에 진입하고 있다. 나라가 커야만 대국이던가. 무역대국도 대국이다. 더 이상 디테일하지 못한 막무가내 애국 홍보를 지양해야 할 때가 되었다. 언제까지 공짜 부채로 한국홍보? 제발이지 남들에게 제 모습이 어떻게 비칠지 한 번 쯤 고민해보고 애국운동에 나섰으면 싶다. 대한민국을 입에 담기 전에 자신의 매너와 품격부터 살필 일이다. 천리 길도 시어족하(始於足下)라 했다. 내 모습이 곧 대한민국의 모습. 애국의 시작이다. 한국을 알리려 안달하지 말고 한국을 알고 싶어 안달하게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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