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馬)은 인간에게 있어 늘 신성한 존재였다. 진취적인 기상과 활기찬 생명력을 상징하며, 인간이 이용하는 가축 중에서 가장 빠르고 역동적인 자태를 뽐낼 수 있는 멋진 동물이다.
그토록 빠르고 날렵한 동물과 함께 당당하고 멋있는 모습으로 신(神)에게 가까이 다가설 수 있다는 상상은, 지상에서 달리는 것에 만족할 수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좀 더 빠르고 높은 하늘로 날아가기 위하여 날개를 달아야했다. 그런 상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화(神話)속에 등장하는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페가수스 같은 말(馬)로 천마(天馬)라고도 한다.
이들은 인간과 신을 연결해 주는 영적(靈的)인 매개체 역할을 하였고, 사후세계의 염원을 인도하는 역할을 하였다. 그들을 일컬어 우리는 명마(名馬)라 부른다.
그리스 신화 속에 등장하는 명마(名馬) 페가수스(Pegasus)는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날개달린 천마(天馬)이며, 주신(主神) 제우스신의 천둥과 번개를 운반하였던 신마(神馬)였다. 보기만하여도 화석이 된다는 괴물 메두사의 목을 페르세우스가 자르고 죽였을 때 흘러나왔던 피에서 탄생하여 하늘로 날아올랐다고 신화는 전한다.
이 말(馬)은 벨레로폰, 테세우스 등의 종마(種馬)가 되어 명성을 떨쳤으며, 그 후 제우스의 마구간에서 생을 마감한다. 물론 실존일리야 없다. 그러나 신화 속에 등장하는 말이 아닌 전 세계가 지금까지 전설의 명마로 칭송하는 말이 있다. 붉은 피땀을 흘리며 달리는 말이라고 하여 한혈마(汗血馬)라고 부르는 말이다. 이 말의 특징은 모세혈관 사이로 땀과 함께 섞여 나오는데, 이 핏빛은 일종의 진드기 때문이라고 수의학자들은 이야기한다.
이 말이 전 세계의 명마로 탄생한 동기는 지리적 위치와 여건도 뒤 따른다. 한혈마가 탄생하는 지역은 지금의 투르크메니스탄을 중심으로 아프가니스탄,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지역이다. 이 지역을 일컬어 필자는 홀스 트라이앵글(horse triangle)이라고 명명하여 부른다. 이 지역에서 한혈마가 탄생하게 되는 동기는 지리적 여건과 위치의 배경이 한 몫을 한다.
투르크메니스탄을 위시로 몽골 고원지대에 서식하는 고원마(高原馬)와 뜨거운 사막지역에 서식하며 빠른 아라비안 홀스(Arabian Horse), 그리고 유럽의 대형마(heavy horse)가 서로 삼각형으로 교차되는 중앙아시아 푸른 초원과 산악지역에서 만나게 되므로 지구상의 대표적인 품종들이 자연스럽게 교배되어 체형이 크지도 작지도 않고, 빠르고 날렵하며 지구력이 뛰어난 품종이 탄생하게 된 동기라고 볼 수 있다.
이 품종은 바로 아칼테케(Akhal-Teke)란 전설속의 명마로, 말을 사랑하고 관심이 많은 마니아를 제외하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품종은 아니다, 중국의 소설 삼국지에 등장하여 여포 소유였던 말을 조조가 관우의 마음을 얻기 위해 선물한 적토마 정도로 알고 있으며, 한무제가 서역 대완(페르가나)에 명마가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B.C 104년 이사장군 이광리를 원정군으로 보내 전쟁으로 희생을 치른 뒤 한혈마를 얻고 기뻐하였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 자료사진. 2010년부터 2012년 3년간 세상에서 가장 예쁜 말로 선발된 터키産 ‘Akgez-Geli’란 이름을 가진 말. 아칼테케(Akhal-Teke)품종으로 투르크메니스탄에서 3000년 전부터 번식되어온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말 품종 중 하나.(사진출처:http://tcatme.tistory.com/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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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말은 현대에 와서 속도와 지구력이 뛰어난 능력을 이미 증명한 바 있다. 지금의 투르크메니스탄지역이 원산지인데, 1935년 투르크메니스탄 수도 아슈하바트에서 55마리 아칼테케 말을 이끌고 카라코룸 사막을 횡단하여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까지 4,152km를 84일 만에 완주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만큼 세계적인 명마이다. 지금도 투르크메니스탄의 국장(國章)엔 말 그림이 새겨져 있으며, 투르크멘 말의 날(4월 29일)이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말을 빼놓고 투르크메니스탄을 이야기 할 수 없다.
그밖에 우리에게 잘 알려진 명마는 많다. 알렉산더는 부케팔로스를 타고 알렉산드리아를 건설할 수 있었고, 나폴레옹은 전리품이었던 마렝고(아라비안 홀스)의 능력을 한눈에 알아보고 전장에서 사기를 높이는데 마렝고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였고, 죽음을 예견하고 오강에 스스로 뛰어들었던 초나라 항우의 오추마는 오천복(午天福)이라 불렀는데 인간에게 모든 것을 준다는 뜻이다.
말은 인간의 이동수단과 교역의 짐꾼이며 농사를 도와준 농사도우미였고, 전장에선 주인과 함께 목숨을 걸고 싸웠으며 죽어선 고기와 가죽과 뼈, 심지어 발톱까지 약제에 쓰이도록 하여 인간을 이롭게 한 그야말로 하늘이 내린 복중에 복이다.
지구상에 말이 없었다면 인류의 문화가 이처럼 빨리 발전할 수 있었을까? 그만큼 우리인간에게 꼭 필요한 존재였으나 말이 우리의 곁을 떠나기 시작한 것은 산업혁명의 시작으로 증기기관이 발명되면서 더 이상 그 가치와 존재가 희미해져갔다.
그러나 말에 대한 애정과 욕망은 여러 형태로 우리의 생활권으로 다시 돌아왔는데 그중에서도 우리사회가 그토록 간절히 소유하고 싶어 하는 명품(名品)의 상징으로 돌아온 것이다.
요즘 젊은이들 조부모님 함자(銜字)는 몰라도 명품 브랜드 이름은 줄줄 꾈 정도로 명품은 우리 생활 속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 부가결한 존재다.
18세기 프랑스왕조를 중심으로 탄생했다고 하는 명품은 오늘날 엄청난 광고로 포장되면서 전 세계의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로 감동을 주기도하며, 때로는 계층 간의 위화감을 조성하면서 엄청난 파급효과를 보이고 있다.
명품에 대해 노말 라이프는 “오래 쓸수록 빛을 발하고 질리지 않는 것이며, 유행을 뛰어넘어 그것에 깃든 장인의 영혼을 이해하고 거기에 자신의 영혼을 덧붙일 때 비로소 진정한 명품이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에르메스, 코치, 롱샴, 버버리, 구찌 등등 이런 브랜드 명품들은 대부분 말(馬)이란 동물을 상징으로 브랜드 로고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페라리, 포르쉐 등 명품자동차의 엠블럼으로 상징되는 동물도 말이다.
요즘 우리사회에 나타나는 현실은 누가 고급스런 이미지와 빠르고 강한 힘을 자랑하는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에 따라 그 사람의 신분을 대변해준다. 이것은 그 옛날 명마를 소유하고 싶은 사람들의 간절한 욕망이나 현대인의 명품자동차 소유 욕구는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 자료이미지. 말(馬)을 엠블럼으로 사용하고 있는 유명 명품 브랜드 - 페라리, 포르쉐, 버버리, 코치, 구찌(왼쪽부터 시계방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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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형태를 엠블럼으로 사용하고 있는 자동차 메이커 중 대표적인 페라리 자동차 메이커 엠블럼의 유래를 살펴보면, 1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의 최고 파일럿이었던 ‘프란체스카 바라카’의 전투기에 그려져 있던 그림이 원조라고 한다. 아마도 프란체스카 바라카라고 하는 파일럿은 그 전투기의 빠른 속도를 어필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것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귀족들에게 승마용품과 마차용품을 만들어 납품하다가 말과 마차의 활용도가 떨어지면서 핸드백, 벨트, 신발 등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구찌이고, 이회사의 제품의 고유상징은 말 입에 물리는 제갈(horsebit)과 등자(鐙子)이다.
미국 의류브랜드 폴로랄프로렌(Polo Ralph Lauren)은 귀족 스포츠라 불리는 폴로 경기에서 유래된 로고를 사용 중이며. 청바지 판매업체인 리바이스는 가운데에 청바지를 두고 두 마리의 말이 양쪽에서 잡아당기는 모습을 로고로 형상화, 청바지의 튼튼함을 강조하고 있다.
신발, 가방, 의류, 시계, 향수를 만드는 프랑스의 명품브랜드 에르메스 역시 프랑스 파리에서 승마를 즐기는 왕족, 귀족을 상대로 안장과 마구용품 사업을 시작하던 회사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흔하지 않다.
그만큼 퀄리티가 높은 상품을 만들어 명품브랜드가 되기 이전에 모두 말 문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 옛날 명마를 얻기 위한 노력과 지금의 명품선호도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이와 같은 명품을 원하는 인간의 목적은 무엇일까? 남들과 다른 자기만이 독특성의 연출하고 싶은 가치적 추구 또는 명품을 소유하므로 고급 이미지를 제고 할 수 있는 물질주의적 선입견, 이런 것들이 우리의 뇌 속을 혼란시키는 쾌락적 가치 추구가 뒤늦은 위험으로 우리사회에 전도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명마는 영웅을 알아본다고 한다. 그렇다면 명품을 원하는 사람, 그 사람 차체가 명품이여야 오래도록 질리지 않고 빛을 발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