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기도 덕분에 불가리아 국경 검문소도 한 번에 통과했죠.”
지난 5월 말쯤 되는 어느 날이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차를 타고 불가리아에서 그리스로 넘어가기 위해 국경(國境) 검문소를 통과하려 했다. 그런데 때마침 인터넷 불통(不通)으로 여권조회가 불가(不可)하였다. 긴장되고 따분한 시간이 흐르려던 찰라 누군가가 검문소 근무자에게 한 마디를 던졌다.
그러자 눈을 부릅뜨고 말을 던진 사람을 바라보던 근무자의 ‘검문(檢問)모드’가 이내 ‘환영(歡迎)모드’로 바뀌었다.
누군가가 던진 말은 “나, 디스커버리(Discovery Channel)에 나온 사람이요”였고, 그 근무자는 그것을 알아본 것이었다.
그랬다. 그 누군가는 ‘디스커버리 스타’였던 것이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디스커버리가 낳은 ‘합기도 스타’였던 것이다.
▲ 디스커버리가 낳은 '합기도 스타' 주웅서 대한합기도협회 을지관 무예도장 관장. ⓒ한국무예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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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커버리가 낳은 합기도 스타 주웅서 주웅서(50) 관장은 대한합기도협회(총재 오세림) 충북지부 사무국장을 맡고 있으면서 제천시에서 을지관 무예도장을 운영하고 있다. 합기도와 택견 등 한국무예를 지도하고 있으며 도장엔 늘 외국인 수련생들이 북적거린다.
“해마다 3~40명의 외국인들이 우리 도장을 거쳐 가고 있습니다. 주로 불가리아, 그리스, 프랑스 등 유럽에서 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요즘엔 중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에서도 오곤 합니다.”
주웅서 관장의 도장에 외국인들이 드나들기 시작한 것은, 다큐멘터리 위성 TV채널인 ‘디스커버리’에 출연하면서부터였다.
“2006년 6월이었죠. 디스커버리에서 ‘Fight Quest’ 프로그램을 통해 전세계 마샬아츠 - 중국의 소림사, 일본의 가라데, 한국의 합기도 등을 취재해 방영했습니다.”
디스커버리 채널 ‘Fight Quest’(싸움의 본질을 찾아서) 합기도 취재는 취재팀이 한국에서 1개월 정도 머물면서 이뤄졌고, 그중 상당부분을 주웅서 관장의 도장과 수려한 경치를 자랑하는 주 관장이 태어나고 뛰어놀던 고향마을 덕동계곡 언덕에서 촬영 및 인터뷰 등이 이뤄졌다.
주 관장의 도장에서 디스커버리스 취재가 이뤄지도록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배성북 현 대한합기도협회 사무처장에 따르면 취재팀에서 도시(서울) 한 곳과 자연환경이 띄어난 시골의 한 곳을 취재장소 추천요청에 따라 나름 친분도 있고 하여, 빼어난 자연환경을 갖춘 최적의 촬영장소로 주 관장의 고향 제천 덕동계곡을 강력 추천했다고 한다.
▲ "합기도 덕분에 검문소도 한번에 통과했죠!" 불가리아와 그리스 국경 검문소 근무자들과 한컷. ⓒ 한국무예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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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주웅서 관장의 스승인 을지관 정안세 원로와 더불어 해외세미나를 다녔지만, 디스커버리 채널을 통해 ‘합기도(Hapkido)’가 전세계에 알려지면서 더욱더 해외출장 세미나가 많아졌다. 덩달아 주 관장의 도장에 외국인들의 수련문의가 봇물을 이루었고 그것은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지금도 세계 각국 방송을 통해 그 당시 취재물이 방영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검문소 근무자가 저를 쉽게 알아본 것도 그 덕분일 것입니다. 껄껄.”
디스커버리 채널 방송 이전과 이후는 달랐다. 프랑스, 벨기에, 포르투갈, 그리스, 불가리아 등지에서 합기도 세미나 요청이 뒤따랐고, 주웅서 관장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해졌다. 해외세미나 참가하랴, 한국을 직접 찾는 외국인 수련생을 지도하랴….
덕분에 주웅서 관장의 해외네트워크는 눈에 띄게 강화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프랑스의 레미(48, Remy Cardona)와 불가리아의 벨린(48, Velin Hadjolov)이다.
직업이 의사인 레미는, 2009년 주웅서 관장의 프랑스 합기도세미나에서 만난 이후 수차례 한국을 방문, 우리나라에 대한 무한 긍정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 한국예찬론자로 주 관장이 유럽을 방문할 때마다 그 어디든 찾아온다고 한다. 심지어 레미는 프랑스에 한국의 날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 불가리아 어느 해변에서 펼친 주웅서 관장의 합기도 시범. ⓒ 한국무예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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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벨린은, 불가리아의 비밀경찰(Secret Police), 일종의 정보국 요원으로 있는 엘리트로 거기 합기도사범으로 있으면서 지난 2004년 충주무술축제에 왔다가 주웅서 관장의 합기도 시연을 보고 인연이 됐다. 지난 2006년 디스커버리 채널 출연이후 더욱 돈독해진 관계로 발전했다. 주웅서 관장의 불가리아 세미나시 인원동원이나 기타 업무처리 등 스케일이 다른 ‘통큰’ 지원을 하고 있다.
인연을 목숨처럼, 일에는 최선을 이처럼 외국인들로부터 인정(認定)을 받고 있는 데는 주웅서 관장이 ‘인연(因緣)을 목숨처럼’ 소중히 여기고, 어떤 일을 할 때는 ‘첫째도 최선, 둘째도 최선’으로 임하는 그의 삶의 자세에서 엿볼 수 있다.
무예지도자로서 특히 외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수련에서는 지겨우리만큼 반복적이고 세세하게 자신이 직접 지도한다고 한다.
“합기도나 택견 등 한국무예 종주국에 와서, 아니면 그들 나라에 나가 한국무예를 지도할 때 한국인 무예지도자를 보고 한국을 평가하게 마련입니다. 다시 말해, 한국무예지도자 이미지가 대한민국 이미지가 되는 것이지요.”
▲ 주웅서 대한합기도협회 을지관 관장이 외국인들을 상대로 합기도를 지도하고 있는 모습. ⓒ 한국무예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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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웅서 관장의 성실함 덕분인지 그의 도장은 제천시에서 꽤나 유명세를 떨쳤다. 수련생 300명 이상 10년 넘게 유지하기도 했다. 제천 시내에 도복입고 다니는 무예수련생들은 모두 주웅서 관장의 도장 수련생들이란 말이 나돌 정도였다. 하여, 주변의 타무예 지도자들로부터 견제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국기 태권도와 달리 합기도와 택견을 지도하는 도장으로서는 전국으로도 흔하지 않은 경우이다.
무예지도자로서 주웅서 관장의 성공의 이면에는 그의 아내 배남순(48)씨의 내조가 절대적이었다. 그들의 도장을 찾은 외국인수련생들의 뒷바라지하랴 전화수신 등 도장행정업무 보랴 때로는 엄마역, 때로는 하숙집주인역, 또 때로는 도장사무원역 등 ‘1인 10역’이 따로 없었다.
“‘시골’ 제천에서 외국인들이 늘 북적거렸던 곳은 아마 저희 집이 유일했을 거예요. 이들이 한국문화를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그들의 입맛을 맞추려다보니 이젠 음식전문가가 다 되었죠. 이심전심(以心傳心)이랄까. 이젠 그들의 눈빛만 봐도 원하는 게 뭔지 알아요. 호호.”
무예사범과 무예수련생의 ‘무예인연’을 부부관계로 승화시킨 두 사람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제천이라는 ‘시골’을 나름 세계적인 명소(名所)로 탈바꿈시킨 공(功)은 켰다.
지난 2015년 3월엔 인도네시아 아체주 슐탄(Sultan, 왕)이 제천시청 방문과 더불어 주웅서 관장의 도장을 방문해 감사를 표하기도 하였다.
무예지도자로서 주웅서 관장은 무예계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제천지역에서는 나름 성공을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덕분에 지역에서 영향력이 있는 다양한 인맥(人脈)을 두텁게 형성, 유지하고 있다.
▲ 외국 합기도세미나 참석 가족들과 즐거운 한때. ⓒ 한국무예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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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웅서 관장은 그의 성공 경험을 동료 무예지도자들과 공유(共有)하려 노력하고 있다. 주 관장은 그의 동료들과 ‘도장발전연구회’ 설립, 도장운영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한국무예 발전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며 헌신적 봉사를 하고 있다.
주웅서 관장은 말했다. “성공? 별거 없습니다. 한번 맺은 인연을 끝까지 챙기면서 초심(初心)을 잃지 않고 늘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이런 말이 있다. ‘유연천리 래상회(有緣千里 來相會), 무연대면 불상봉(无緣對面 不相逢).’ ‘인연이 있으면 천리밖에 있어도 만날 수 있지만, 무연대면 불상봉(无緣對面 不相逢) 인연이 없으면 얼굴을 마주하고서도 만나지 못한다’는 의미로 인연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사소한 만남일지라도 그 인연을 소중히 한다는 주웅서 관장. 그의 삶의 자세를 통해, 새삼 지극히도 당연한 세상 진리(眞理)를 일깨우면서 또 그것을 통한 그의 외연 확장은 어디까지 진행될지 기대가 된다.
주웅서 관장은 자신을 가리켜 ‘한국문화보급자’라고 일컫는다. 그는 한국문화보급 활동을 통해 맺은 인연을 바탕으로 해 오는 8월엔 국내외 지도자들이 참여한 국제세미나도 준비하고 있다. 그것도 디스커버리 출연 계기로 마련한 덕동계곡에 있는 그의 무예수련원에서. 주웅서 관장의 앞날에 건투를 빌어본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