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권도공원 전시관 수집자료 전시회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 한국무예신문 | |
태권도진흥재단이 도발을 일삼았다.
태권도박물관을 보유하고 있는 국기원의 자존심을 건드려보겠다는 심산인지 국기원 턱밑에서 태권도 관련 수집자료 전시회를 개최한 것.
국기원이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 속 편 할 리 만무하다.
9월 30일(금) 오후 2시.
국기원 입구에 있는 어린이청소년도서관 2층에서 태권도진흥재단(이사장 이대순, 이하 재단)과 도서관 공동으로 '태권도 현대사, 그 희망과 도전의 발자취'라는 주제로 개최하는 태권도공원 전시관 수집자료 전시회 개막식이 열렸다.
개막식에는 주최 측인 재단의 이대순 이사장과 그 임원들을 비롯해 국기원 강원식 원장, 오현득 연수원장, WTF 양진석 사무총장, KTA 조영기 부회장, 그리고 태권도공원자료수집자문위원회 이경명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대순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태권도 모든 자료는 태권도공원에 와서 봐야한다는 목표를 세워서 그동안 6여년에 걸쳐 자료를 수집해 왔다"면서 "그동안 수집된 3000여점의 자료 중에서 중요한 300여점을 이번에 전시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여러 태권도인들이 소장하고 있는 모든 자료가 한 군데 모여져서 앞으로 후학들이 태권도연구를 하는데 귀중한 자료로 활용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행사는 인사말에 이어 주요 참석 내외빈 테이프커팅과 전시장 둘러보기, 그리고 다과회 등의 순으로 조촐하게 마무리 됐다.
▲ 각종 태권도 관련 자료가 전시된 전시장 내부 모습 © 한국무예신문 | |
이번 전시회와 관련, 국기원을 비롯한 몇몇 태권도인들은 애써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마뜩잖아 하고 있다.
태권도기념관을 보유하고 태권도관련 역사자료를 전시하고 있는 국기원 바로 턱 밑에서 수집자료 전시회를 ‘대놓고’ 하는 재단의 의도가 도대체 무엇이냐는 것이다. 전시장소가 무슨 문제냐고 하면 할 말이 없다지만 그동안 국기원과 재단 사이 '사업영역'과 관련 어정쩡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을 고려해보면 조금 지나쳤다는 의견이 대세다. 재단이 사전에 국기원 측에 양해를 구했다고는 하나 굳이 국기원 턱밑에서 ‘도발적’ 전시회를 개최하는 재단의 무리수에 태권도인들의 차가운 눈총이 쏠리는 건 도리 없다.
그런가 하면, 더러는 이번 기회에 국기원이 자극 좀 받았으면 하는 의견도 있다. 국기원에 태권도기념관이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르는 태권도인들이 많을 정도로 기념관에 대한 관리와 홍보가 미흡했을 뿐아니라 '세계태권도본부'라고 자임하는 국기원의 박물관 성격의 기념관이라고 하기엔 수집자료나 규모 등을 고려하면 민망할 정도다. 심지어 기념관 입구는 나무그늘과 벤치지붕에 가려 보이지도 않을 정도라 거길 찾는 국내외 방문자들 십중팔구는 1층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가기 일쑤다.
태권도의 각종 자료와 역사가 보관되는 태권도기념관을 운영하는 국기원으로서는 태권도 자료수집은 어찌 보면 국기원 자신의 당연한 몫이자 권리고 의무다. 태권도 총본산이지 않는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런 덴 관심 없고 생각들이 콩밭에 가 있는 듯하니, 재단으로서는 태권도공원 전시관에 볼거리도 채워야 할 '명분'도 있고 하니, 그 자릴 대신하고 있는 모양새인 것이다.
재단이 처음 설립됐을 때 낮은 자세에서 오늘의 태권도가 있기까지 애써 온 태권도인들에 대한 존중과 함께 태권도 발전을 위해 봉사 및 지원할 것이다는 초심이 없지 않았다. 물론 지금도 그러리라 여긴다. 허나 이번 전시회를 보면 재단이 뭔가 잊어버리고 있는 게 있지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태권도에는 5대 정신이란 게 있고, 그 중에는 예의(禮義)나 염치(廉恥)란 게 있다. 그 정신을 태권도공원 공사하는 무주 설천면 산자락 어디에다 파묻고 다니는지, 아니면 처음부터 그런 게 없는건지 아쉽기 그지없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태권도인이 재단에는 없기때문에 그런 예의나 염치를 모른다"고.
어쨌거나 이번 전시회는 오는 10월 9일(일)까지 한다. 태권도공원 전시관 수집자료 전시회에 가는 길에 반드시 국기원에 있는 태권도박물관도 들러보면 좋을 것이다. 자주 없는 기회이고, 양쪽 전시관 비교하며 느끼는 게 있을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