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무예진흥법과 관련해 언제부터서인가 ‘우리 무예’란 용어가 갑작스럽게 등장했다.
기억컨대 아마도 지난 해 7월 6일 개최된 전통무예진흥법 관련 공청회에서 체육과학연구원이 배포한 자료집에 처음 등장했던가 싶다.
지난 7월 17일 개최된 간담회에서 배포된 자료집에도 ‘우리 무예’란 용어가 등장했다. 달라진 점이라면 자료배포처가 문화체육관광부라는 점이다.
이번 간담회에서 안(案)이기는 하지만 정부정책 담당자는 ‘우리무예인증제’를 실시할 것임을 예고했다. 아울러 ‘우리 무예’로 인증을 받으면 인증종목 단체에 인증패 또는 인증서를 줄 수도 있고 그것을 가지고 국내 또는 해외에서 지금보다 더 당당하고 권위 있게 ‘우리 무예’임을 강조하며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우리 무예’ 용어에서, ‘우리’의 사전적 의미에는 인칭 또는 소유격 대명사로서의 ‘우리’가 있고, 짐승을 가두어 기르는 ‘우리’, 그리고 기와를 세는 단위로서의 ‘우리’ 등이 있다.
‘우리 무예’에서의 ‘우리’는 짐승이나 기와하고는 거리가 멀 테니 그것은 분명 인칭 또는 소유격 대명사로서의 ‘우리’를 의미할 것이다. 혹여 억지일지는 모르겠으나 ‘돼지우리 안에서’ 또는 ‘기왓장을 던지며’ 무예를 한다고 할 때 ‘우리 무예’라고 부를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직 안(案)이기는 하지만 ‘우리무예인증제’ 도입 목적으로 ‘인증제 도입을 통해 우리 무예에 대한 종주국의 위상을 정립함과 동시에 체계적인 무예 지도자 양성 대상 종목으로 지정하여 우리 종주 무예종목의 질적 수준 제고 유도’라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인증대상으로 ‘역사적인 문헌 등을 통해 검증되어 전승·복원되어 오거나 현대적으로 재창조된 무예 및 우리나라에서 30년 이상 독창적으로 창무·보급되어 발전하여, 우리나라가 종주국임을 증명할 수 있는 무예’라고 정하고 있다.
여기서 보면 ‘우리 무예’는 '전통 무예' 또는 ‘우리나라 무예’의 줄임말, 혹은 ‘대한민국 무예’를 대신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무예’를 있는 그대로 영어로 번역하자면 ‘Our Martial Arts’쯤 될 거다. 구글(Google)번역기를 사용해도 ‘다행스럽게’ 그렇게 나왔다.
그렇다면, ‘우리무예인증제(案)’가 확정되고 관련 단체 또는 사람들에게 패 또는 증서로서 나갈 때 과연 어떤 식으로 번역되어져 나갈까.
이쯤해서 무진법 관련해 공적인 표준 명칭으로서 ‘우리 무예’ 사용이 옳은지 아니면 이보다 더 합당하고 옳은 표현은 없는지, ‘Our Martial Arts’란 번역문구 그대로 사용해도 괜찮은지 등을 우리는 심도 있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인증제 도입의 궁극적 목적과 그 대상에 ‘종주국의 위상 정립’과 ‘우리나라가 종주국임을 증명할 수 있는 무예’라고 정하고 있다는 것으로 그것은 일종의 국제적으로 통용 가능한 ‘한국산’ ‘중국산’ ‘일본산’ 같은 원산지 표시로서의 ‘표준 명칭’ 같은 것이다.
국제적으로 통용 가능한 ‘표준 명칭’으로 ‘우리 무예’ 또는 ‘Our Martial Arts’가 과연 옳을까.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만 사용하면 무슨 문제 있겠느냐?”고.
과연 그럴까.
최근 韓日 네티즌들이 미국 백악관 웹사이트에서 동해(東海) 명칭 표기를 두고 첨예한 사이버戰을 치른 바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동해(東海), 일본에서는 일본해(日本海)로 부르며, 한국과 일본 양측의 주장이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립은 韓日 양국이 자기 나라 안에서 사용하는 명칭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 명칭에 관한 것으로 한국에서는 동해가 역사적으로 '동양해(Oriental Sea)' 또는 '한국해(Sea of Korea)'로 불려 왔으므로 '동해(East Sea)'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반면 일본은 '일본해(Sea of Japan)'가 19세기부터 국제적으로 통용된다며 이를 그대로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볼 때 어지럽게 방향 생각하며 불러야 하는 '동해(East Sea)'명칭 보다 직관적이고 객관적일 수 있는 '한국해(Sea of Korea)' 또는 '일본해(Sea of Japan)'명칭을 부르는 게 이해도 빠르고 다른 제 삼자에게 전달하기도 쉽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부르기 쉬운 '한국해(Sea of Korea)'대신에 외국인들이 헛갈리는 '동해(East Sea)'명칭을 불러달라고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있고 일본은 처음대로 '일본해(Sea of Japan)'를 밀어붙여 현재 언급하기 민망할 정도로 '일본해' 명칭사용이 국제적으로 일반화돼 있다.
사실 처음부터 국제법이나 해양법을 면밀히 연구한 전문가가 나서고 우리들이 막연한 동쪽 바다란 말 '동해(東海)' 대신 대한해(大韓海) 또는 한국해(韓國海)라고 계속 사용하고 그렇게 주장했다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비약적인 예를 들긴 했으나, 우리가 전통무예진흥법과 관련한 명칭사용에 있어 시작단계인 지금 ‘우리 무예’ 용어 사용을 ‘국제적으로 통용 가능한 표준 명칭’으로 제대로 정하여 사용하지 않고 무심코 그리고 막연히 사용하다보면 습관화돼 나중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동해(東海)’처럼 되지 않으리라는 법 누가 장담할 수 있겠으며 그 잘못의 뒷감당은 또 누가 지겠다는 것인가!
지금시대는 이미 국경의 울타리가 사라진 글로벌 시대다. 첨단 IT문명의 발달로 외국어자동번역기 등으로 무장한 스마트폰 하나로 세계 각국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입에 오르다 습관화돼 일반명사가 되면 나중엔 애초의 취지하고 거리가 먼 '국적불명'의 무예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그렇잖아도 우리 것이라고 맘놓고 있었던 '아리랑' '농악' 등을 중국이 동북공정을 일삼으며, 터무니없이 자기네 것이라고 우기는 마당에.
국가 공문서마저 명칭 표현이 '영문따로, 국문따로'인 나라 누가 지켜주길 바란단 말인가. 우리 스스로 지키려는 노력없이는 지켜지지 않는 법이다.
신토불이(身土不二)하며 몸에 좋은 우리농산물 같은 '우리 무예' 누가 나쁘다하겠는가. 그렇다고 20-50클럽 대한민국이 인정해준 국제품질인증마크 '태극기' 달고 해외로 뻗어나가 '제2의 한류'를 선도할 최우수 수출품목 명품 'K-Martial'이 우리끼리만 통하는 ‘우물안’ 용어에 갇혀 주저않는 걸 원하는 이 또 어디 있겠는가.
'우리 무예' 사실 친밀감이 없지는 않으나 어감상으로도 왠지 약하고 권위가 떨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것이 공적인 용어라면 말할 필요는 더더욱 없는 법.
'무예(武藝)'는 강하고 권위가 있어야 무예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