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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탉이 울면 집구석이 망하는가?
5백년보다 긴 5년,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신성대 주필(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기사입력  2016/04/0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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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성대 주필     © 한국무예신문
삼겹살과 속담은 뒤집어야 맛이 난다. 그러니까 집구석 망하려니 암탉이 운다는 말이다. 청(淸)이나 조선 모두 말기에 여자들이 설쳤고, 결국 나라는 망하고 말았다. 암탉이 울어서 그런가? 만약 그때 암탉이 울지 않았더라면 나라가 망하지 않았을까? 아니다. 나라가 망해 가는데, 수탉이 제 구실을 못하니 암탉이라도 나서서 우는 것이다. 그러니까 암탉이 울 때쯤이면 집안 꼴이 이미 다 됐다는 것이다.
 
세계사 연대표를 보면 고대 국가들은 대개 수천 년씩 유지되기도 하였으나, 현대로 내려올수록 점점 단축되어 왔다. 문명 발전의 속도와 왕조의 수명은 서로 반비례해 온 것이다. 고대에 왕(王)은 곧 신(神), 또는 신의 대리인으로 받들어졌기 때문에 감히 누가 그를 밀어내고 스스로 왕이라 칭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인간의 인지가 발달하면서 누구든 가장 힘센 사람이 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는 끊임없이 왕권 다툼이 일어나게 되고, 그에 따라 왕조의 수명도 짧아지게 된다.
 
우리나라 역사를 보면 신라 1천 년, 고려 5백 년, 조선 5백 년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다. 매우 안정된 상태를 유지해 왔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세계사에서 보기 드문 깔끔한(?) 역사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중 조선 5백 년은 너무 길었던 것 같다. 고려가 신라의 절반이었으면 조선은 고려의 절반쯤에서 끝났어야 했다. 임진왜란, 아니면 병자호란 직후에 역성혁명이 일어났어야 했다. 더 썩기 전에 밭을 한번 갈아엎었어야 했다는 말이다.
 
대개 외침이나 역성혁명은 왕조가 쇠락해 힘이 없을 때 일어난다.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세운 지 2백 년이 지날 무렵에 이르러서는 구조적으로 썩기 시작했다. 그것은 왕조가 무능해서라기보다는 역사의 진행 과정에서 생긴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고려 왕조 역시 차츰 부패해져 스스로는 개혁이 불가능하였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역성혁명을 불러왔다.
 
새 술은 새 부대에
 
고금을 막론하고 새로운 왕조는 전 왕조와는 다른 이념과 방향성을 지닐 수밖에 없는 일. 조선 역시 고려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이념인 유학(儒學)을 내세우고, 사병 제도를 혁파하여 강력한 중앙집권적 왕조를 건설하였다. 항상 그러하듯 전대 왕족과 권력자들의 모든 것을 빼앗아 혁명에 동참한 공신들에게 벼슬과 봉록을 나누어 준다. 그리하여 초기 1,2백 년 정도는 그럭저럭 갈등 없이 잘 유지된다. 그러나 그 후부터는 어쩔 수 없이 내부적으로 갈등이 싹터 치유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마련이다.
 
▲ 자료이미지. 공자와 그 제자들. '고금을 막론하고 새로운 왕조는 전 왕조와는 다른 이념과 방향성을 지닐 수밖에 없는 일. 조선 역시 고려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이념인 유학(儒學)을 내세우고, 사병 제도를 혁파하여 강력한 중앙집권적 왕조를 건설하였다.'(본문 중에서)     © 한국무예신문

왕족과 개국공신을 비롯한 소위 양반들이 대를 이어나가면서 그들의 자손들을 번창시켜 수를 늘려 나간다. 평민들보다 불어나는 속도가 몇 배나 빠르다. 이 양반들은 굶어죽는 한이 있어도 농(農)․공(工)․상(商)에 종사할 수 없다. 반드시 벼슬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다. 벼슬을 못하면 일평생 글만 읽으며 손가락 빨다가 죽어야 한다. 머리에 쓴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으니, 살아서는 백수(白首, 白手)요, 죽어서는 학생부군(學生府君)이다. 개화기 일본의 하급 무사들이 무사로서의 체면을 버리고 상업에 종사하여 앞 다투어 서양 문물을 받아들인 것과는 지극히 대조적이다.
 
대개 어느 왕조든 한 2백 년쯤 태평성대로 흐르다 보면 이 양반들에게 나누어 줄 벼슬과 재물이 점점 모자라게 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개국공신의 자손이라 해도 예전의 봉록만으로는 넉넉할 수가 없다. 결국 자리다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조선 중기에서부터 시작된 분당, 즉 당파 싸움이다. 어떻게든, 무슨 꼬투리를 잡아서든 상대를 끄집어 내리거나 역적으로 몰아서 삼족을 멸해야 우리 집안이 먹고 살 수가 있는 것이다. 누가 조그만 벼슬이라도 차지할라치면 사돈의 팔촌까지 모여들어 그 덕을 보며 얻어먹고 살아야 한다. 그러자니 서 푼어치도 안 되는 감투 하나를 가지고라도 백성들을 쥐어짜야 한다.
 
벼슬은 한정되어 있고, 양반은 끝없이 늘어나니 나중엔 서얼 차별 제도를 두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양반에 비해 몇 십 배 빨리 늘어나야 할 평민의 숫자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으니, 개국 초기의 안정된 피라미드형의 사회 계급 구조가 점점 불안정한 형태로 변모해 간다. 견디다 못한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왕조는 드디어 종점에 다다르게 된다.
 
현대의 민주자본주의 역시 내부적으로는 그러한 사이클을 갖고 있다. 고대에는 몇  천 년 혹은 몇 백 년 걸리는 왕조의 사이클이 현대에는 10년 미만의 정권 사이클로 바뀌었지만, 기본 구성은 마찬가지이다. 제조업을 바탕으로 한 초기 산업자본주의가 점점 서비스자본주의로 발달되면서 머리 잘 굴리는 선비층(화이트칼라)만 잘살게 되고, 온몸으로 땀 흘리는 평민층(블루칼라)은 아예 인간으로서의 존재 가치조차 없어지고 있다.
 
이미 상당수의 선진국들이 번영의 종반부로 접어들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신생자본주의국가(인건비가 싼)는 이제 막 시작 단계이지만, 이들은 예전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 필름이 훨씬 빨리 돌아갈 것이다. 빨리빨리 좋아하는 한국보다 더 빠르게 모든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결국 자본주의는 금세기를 넘기기 전에 혼돈의 시대를 맞을 것이다.
 
정도전이 설계한 사대부의 나라?
 
말머리를 돌려 다시 조선으로 가보자. 그럼 조선은 어떻게 해서 5백 년이나 계속되었는가? 그건 바로 기다려도 기다려도 영웅이 나타나지 않아서다. 중간에 몇몇 도적(?)이 나와 난을 일으켜 보았지만 그저 먼지만 조금 일으키다 주저앉고 말았다. 조선은 처음부터 영웅이 태어날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의협(義俠)은 무력으로 금법을 범하기 쉽고, 은사(隱士)는 번잡한 인간 세상을 간파하고 무정부주의의 길을 걷는 것으로 흐르며, 영웅(英雄)은 결국 자기를 표현하고 강한 힘을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전제왕권과 저촉될 수밖에 없다.
 
고려의 왕건이나 조선의 이성계와 마찬가지로 무릇 역성혁명이란 무인(武人)들의 것이다. 고대사 어디에도 선비가 세운 왕조는 없다. 간혹 선비가 세상을 바꿔 보겠다고 나서 보지만 중국의 손문(孫文)이나 고려말의 신돈(辛旽), 구한말의 김옥균(金玉均)처럼 개혁만 부르짖다가 용두사미로 끝나고 만다.
 
▲ 자료이미지. 영화 명량 포스터     © 한국무예신문

닭의 모가지를 비트는 것만으로는 혁명이 되질 못한다. 단칼에 모든 닭의 모가지를 잘라 버려야 한다. 태조 이성계는 누구보다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사병을 혁파하고 중앙집권을 확고히 하였으며, 유학(儒學)을 통치 이념으로 삼아 문(文)을 숭상하고 무(武)를 철저하게 억눌렀다. 불교를 누르고, 유학을 하나의 종교처럼 신앙하게 만든 것이다. 이 유교(儒敎)가 바로 조선의 카스트 제도인 것이다.
 
딱 한번 가장 적절한 시기에 영웅 비슷한 영웅이 등장한 적이 있다. 바로 이순신 장군이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 순간에 말타기를 거부하고서 홀연히 떠나가 버렸다. 그 역시 무장(武將)임에도 불구하고 유교를 신앙하는 선비에 지나지 않았다. 충절(忠節)을 꺾을 만큼 큰 뜻을 품지 못했던 것이다. 해서 매를 맞고도 싸우러 나간 것이겠다.
 
‘등신장군’ 이순신?
 
만약 임진왜란 시기에 조선에서 역성이 일어났다면 새 왕조는 분명 이전과 다른 새로운 이념과 통치체계를 세웠을 것이 틀림없으니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역사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을 것이다. 새로운 제도와 문물을 받아들여 아시아의 르네상스가 반도에서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이후 조선에서는 다시는 영웅이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리 썩은 왕조라 하더라도 누가 밀어뜨리지 않으면 그냥 계속되는 법. 결국 왜놈들이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거저 집어삼키게 된 것이다. 핍박받던 평민들은 낫과 괭이로 외세에 맞서다 죽어가고, 구식 군대 무인들은 소규모로 무리지어 의병으로 싸우다 죽어갔지만, 5백 년 동안 이 땅의 주인이었던 선비 사대부들은 나라를 팔아먹거나 자결로 절개를 증명하는 것 이외는 달리 할 일이 없었던 것이다.
 
대한민국 건국일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지만, 아무렴 요즘은 정권이 망하는데 5년 밖에 걸리지 않는다. 5년마다 새 정권이 탄생하는데, 그 흥망의 사이클은 조선 5백년의 그것과 결코 다르지 않다. 남북, 동서, 좌우, 노소, 친박 비박, 가박 진박, 배신 등신, 새누리 헌누리, 더민주 덜민주…, 역성을 위한 분당의 세포분열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암탉이 울면 정말 나라가 망할까? 수탉이 운다고…? 이러다가…? 이렇게 썩을 바엔 차라리…? 쿠오 바디스 도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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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6/04/02 [08:50]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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