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칼럼에서는 국기원의 최고위층 인사의 논문표절 사례를 살펴보겠다. 전 조선대총장이면서 현재 국기원 이사장인 김주훈 이사장의 논문표절 사례이다. 이 표절 역시 ‘자기 표절’이다. 여러 논문들을 더 많이 검토해서 상세한 내용은 하나의 저서로 정리해야 하겠지만 일단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다음의 두 논문이 자기 표절된 두 논문이다.
<1>김주훈․김길평이 1999년에 한국체육과학회지 제8권 제2호에 발표한 논문은 “태권도 정신력 성취와 신체적 자기 효능감의 관계”
<2> 김주훈․김길평이 2000년에 한국체육학회지 제39권 제2호에 발표한 논문은 “태권도 수련형태와 신체적 자기효능감 및 무도 정신력의 관계”
▲ 논문표절이 의심되는 김주훈 국기원이사장. © 한국무예신문 | |
좀 재미없기는 하지만, 두 논문을 일일이 호명하면 지면만 낭비되므로 <1>번 논문과 <2>번 논문으로 줄여서 부르도록 하겠다. 어차피 일반 독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표절’사례일 것이다. 학자들에게는 정확히 확인하기 위한 근거가 필요할 것이지만, 이 정도면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1>의 서론 끝부분 한 문단은 <2>의 서론 끝부분과 동일하다. 사소한 차이는 맨 마지막 구절이 “목적이 있다”에서 “있다”로 바뀐 것뿐이다. 이어서 ‘연구방법’으로 내용이 이어지는데, 연구방법에서의 연구 대상의 내용도 두 논문이 동일하다. “본 연구에서는 1998년 현재 광주시에 소재한…”으로 시작해서 “표본을 추출하였다”로 끝나며, 단 <2>의 논문에서는 한 문단이 덧붙었다. 이와 유사한 표절이 <1>의 2) 자료분석과 <2>의 3. 조사절차 및 자료분석에서 나타난다.
연구 결과는 또한 어떠한가? 219쪽에 나타난 <1>의 결과의 핵심 내용은 “아동의 태권도 신체적 자기효능감의 두 가지 요인 중 인지된 신체자신감은…”으로 시작되는데 <2>의 핵심 내용은 “태권도 신체적 자기효능감의 두가지 요인 중…”으로 시작된다. 그렇게 이어지는 두 논문의 ‘결과’ 내용은 대략 3/4 페이지 정도가 문장이 정확히 동일하다. 내용은 전체적으로 두 논문이 동일하다. 두 논문의 결과를 가지고 비교하면서 수치를 확인한다면 <1>에서 언급되는 수치는 그대로 <2>에서도 나타난다.
논의도 비슷하다. <1>의 220쪽의 논의에서는 세 번째 문단부터 “홍선옥(1996)은 정보의 인지적 과정에서 운동과제에 직접 참여하여…”로 시작하여 221쪽으로 이어지는 논의 내용의 전체가 <2>의 44쪽 논의에서 2절의 내용과 거의 동일하다. 거기서도 “홍선옥(1996)의 정보의 인지적 과정에서 운동과제에 직접 참여하여…”로 시작하며, “…성취감과 신체적 자기 효능감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로 끝난다. 물론 사소한 차이들이 있다. <1>의 논문에서는 중간에 Gayton(1986)의 마라톤 선수를 대상으로 한 논의가 3줄 정도 나오는데 이것이 <2>에서는 빠졌고, 또 더 밑에 내려가서 Maslow(1968)의 언급도 빠졌다. 역시 3줄 정도이다. <1>과 <2>를 비교할 때 빠진 내용은 다음과 같다.
“Gayton(1986)의 마라톤 선수를 대상으로 마라톤 달리기 수행에 관한 연구에서 신체적 자기 표현감보다 인지된 신체 자신감이 높은 영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나 본 연구를 지지하고 있다. 또한”와, “Maslow(1968)는 최상 수행경험 개념을 최초로 도입하여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최고의 행복과 성취 순간’이라고 설명하였으며.”이다. 이 정도의 짧은 내용 외에는 동일하다는 말이다. 쉽게 말해서 이 내용 외에는 두 논문의 논의 내용이 글자 하나 빠지지 않고 동일한데, 더 정확히 말하자면 <1>의 논문에서의 논의 내용을 <2>의 논문에 그대로 갖다 넣고 “태권도 수련형태와 신체적 자기효능감”이라는 1절을 덧붙여서 <2>의 논문을 쓴 것이다.
이러한 두 논문의 표절 형태는 그렇게 우연이 아니다. <1>의 표3과 <2>의 표4도 동일한 내용임을 알 수 있다. 두 표의 내용은 “태권도 신체적 자기효능감이 태권도 정신력 성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표준다중회귀분석”이라는 제목의 표인데, 표의 내용을 구성하는 숫자들 및 각 항목의 내용이 모두 정확히 일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의 논문에는 <1>의 논문이 참고문헌에 나타나지 않는다.
재미없고 지루한 논문 비교가 이어져서 전체적으로 내용의 윤곽을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김주훈과 김길평 2명의 저자가 1999년과 2000년에 서로 다른 제목의 비슷한 논문을 각각의 다른 학술지에 발표했는데, 그 내용이 전반적으로 같으며 문장 및 문단, 구두점 등이 많은 부분에서 동일한 것이다. 게다가 나중에 발표된 논문에는 먼저 발표된 논문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이것은 하나의 논문을 2개의 연구 실적으로 부풀려서 발표한 것이며, 모든 표절이 그러하듯이 일종의 사기행각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이런 연구실적으로 평가를 받아서 교수로 임용되고 대학 평가에도 반영되어 정부 지원도 확보하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의 혈세를 이런 자기 표절로 훔치고 있는 것이다.
김주훈 이사장이 김길평이라는 다른 저자와 같이 논문을 썼다는 사실은 어떤가? 두 가지 중의 하나이다. 두 사람이 같이 공모하여 자기표절로 연구를 부풀렸거나 아니면 김주훈 이사장은 몰랐거나 일 것이다. 그런데 김주훈 이사장이 이런 자기표절을 몰랐다면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김길평 혼자서 논문을 썼다는 말이 될 것이고, 이것은 김주훈 이사장은 남의 논문에 자기 이름만을 얹은 것임을 의미할 것이다. 어느 쪽이든 학자로서, 전 대학총장으로서, 현 국기원 이사장으로서 변명할 수 없는 부정한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학문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국무총리 임명도 논문표절을 이유로(그것도 한 페이지 정도였던 적도 있다.) 무산된 적이 있다. 전 대학총장이나 국기원 이사장에게는 어느 정도의 도덕적 책임이 요구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