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새(品勢)는 상대방 없이 혼자 하는 겨루기 연습이다. 가상의 적을 상대로 겨루기 연습을 하는데 연무선에 근거하면 2명~6명을 상대한다.
현재 수련되고 있는 국기원 공인 유단자 품새는, 1967년도에 대한태권도협회에서 품세(品勢)란 용어로 제정되었으며, 그 이후에 등장한 새로운 여러 가지 무술에 비해 실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현재 공인 품새의 낮은 실전성과 경기 품새로써의 변별력 미흡, 관중의 흥미 저하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기하며 새로운 품새 개발이 진행 중이다.
현재의 공인 품새는 각각의 품새마다 규정된 형식과 의의(意義)가 있다. 의의란, 품새에 있어서 몸이나 손발의 움직임이 현실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관되면서 적용되는 가치라 할 수 있다. 작금의 품새계의 현실은, 각각의 품새가 지닌 의의를 미처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으며 기법도 지도자마다 다른지라 실용성이 명확하지 못한 상태이다.
시대적 상황에 맞게 새로운 품새를 개발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조급한 실적 만들기에 얽매여 현재 공인 품새의 부족함만을 부각시켜 새로운 품새 개발에 열을 올리는 행정가의 선택이 기존 공인 품새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 채 미숙한 품새를 만드는 어리석음을 반복 하는 것 같아 불편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다.
새로운 품새 개발은 “속도 보다는 방향과 깊이가 중요하다”고 주장하며 아직도 미지의 세계인 십진 품새 속으로 들어가 보고자 한다.
국기원에서 발행한 서적에 의하면, “품새 수련 상 첫 번째 유의점은 품새의 의의와 구성 원리를 터득하는 것이다.”라고 되어 있다.
십진품새의 의미 : 『자연숭배의 원시신앙에서 나온 십장생(十長生)은 해와 산, 물, 돌, 소나무, 달, 불로초, 거북, 사슴, 학을 말한다.
이러한 것은 십진사상(十進思想)에서 유래한 것이다. (중간생략)
동작의 형태는 손바닥 거들어 막기를 주로 응용하였다.
이 품세의 중요한 생명은 완만성(緩慢性)과 절도(節度)를 넣어 변화하는 동작에 안전성을 그대로 적용한 점이다.
완만성으로 움직일 때에 인체의 모든 근육과 신경을 부드럽게 하면서 절도를 유지하여 십장생과 십진법이 일치하도록 한 것이 바로 품새 십진이다.』
위 내용은 대한태권도협회에서 1975년도에 발행한 「태권도교본」에 실린 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그 이후 국기원에서 발행한 「국기태권도교본」에는 십진품새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내용들을 빠트려 참고하지 않았다.
위 교본에 의하면 십진 품새의 핵심은 완만성과 절도이다. 완만이란, 움직임이 느릿느릿 함을 말하며 십장생을 의미한다. 절도란, 일이나 행동 따위를 정도에 알맞게 하는 규칙적인 한도를 말하며 십진법을 의미한다. 의미를 볼 때 ‘황소를 마음에 두고 만든 품새임을 알 수 있다.’
표1) 부분별 의미가 반영된 동작 십진품새의 부분별 의미 | 부분별 의미가 반영된 동작 |
자연숭배의 원시신앙에서 나온 십장생 | 자연을 숭배하고 원시신앙과 가장 관계가 깊은 문화인 농경사회를 반영하였다. (황소막기, 멍에치기, 쳇다리지르기) |
십장생중 산, 돌 | 산에 있는 돌을 바위로 반영하였다. |
표2) 십진 품새의 핵심 의의가 반영된 동작원리(완만성과 절도를 넣어 변화하는 동작에 안전성을 그대로 적용한 동작)
순 번 | 동작(순서) | 완만성 | 절 도 |
1 | 1동작 | 힘을 주어 서서히 위로 들어 올리면서 가슴에 이르러 | 힘 있게 위로 치켜 황소막기 한다. |
2 | 3동작 | 주먹의 손가락을 펼 때는 힘을 주어 서서히 편다. | 찌르기는 빠르게 두 번 지르기도 빠르게 한다. |
3 | 8동작 | 주먹의 손가락을 펼 때는 힘을 주어 서서히 편다. | 찌르기는 빠르게 두 번 지르기도 빠르게 한다. |
4 | 13동작 | 주먹의 손가락을 펼 때는 힘을 주어 서서히 편다. | 찌르기는 빠르게 두 번 지르기도 빠르게 한다. |
5 | 15동작 → 16동작 | 허리부터 두 손바닥을 벌려 온 몸에 힘을 주어 서서히 앞으로 민다. | 손날 등 헤쳐막기 한다. |
6 | 17·18동작 → 19동작 | 17·18동작은 한데 이어서 서서히 행한다. (헤쳐 아래막기는 서서히, 주먹은 힘 있게 천천히 쥐며 서서히 무릎을 펴서 일으키며 선다.) | 빠르게 끌어올리기 한다. |
7 | 20동작 → 21~23동작 | 허리부터 두 손바닥을 벌려 온 몸에 힘을 주어 서서히 앞으로 민다. | 두 주먹을 잡아다리어 돌쩌귀 앞차고 쳇다리지르기 2번, 두 주먹을 잡아 다리어 돌쩌귀 앞차고 등주먹 거들어 앞치기 |
8 | 24동작 → 25동작 | 허리부터 두 손바닥을 벌려 온 몸에 힘을 주어 서서히 앞으로 민다. | 왼발 뒤로 끌어 들여 왼 범서기 손날 엇걸어 아래막기 동작을 빠르게 한다. |
위 8개의 동작이 십진 품새의 핵심의의인 완만성과 절도가 반영된 기법이므로 제정자의 의도대로 올바르게 수련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표3) 십진 품새의 궁금증 풀이(십진 품새는 자연을 숭배하고 원시신앙과 관계가 깊은 농경사회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들을 도입하였다.)
용 어 | 이미지 | 풀 이 |
황소막기 | | 움직임이 느릿느릿하면서 일이나 행동을 정도에 알맞게 하는 대상으로 힘이 세고 인간과 오랜 세월을 같이 해 온 황소를 도입하였다.
특히 황소의 소싸움 기술 중 상대소와 이마를 맞대고 힘으로 서로 버티기 하다가 세게 밀쳐내고 좌·우로 뿌리치며 공격하여 물리치는 대표적인 기술을 도입하여 무예와 연계 하였다.
황소막기 한 두 주먹을 양 옆으로 벌리는 것은 소싸움에서 상대소를 힘차게 밀쳐내며 좌우로 뿌리쳐 물리치는 동작을 표현한 것이다. |
멍에치기 | | 전통적인 농경사회에서 소는 농사를 짓기 위해 길렀으며 멍에는 수레나 쟁기를 끌기 위하여 소의 목에 얹는 구부러진 막대이다.
두 팔굽 양쪽 바깥치기 기술이 멍에와 유사해서멍에치기라 정했음을 알 수 있다. |
바위밀기 | | 커다란 바위같이 꿈적도 하지 않는 상대를 황소같은 뚝심으로 밀쳐 내는 기술로써 용력을 키우며 건강과 장수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달마역근경 출조양시세(出爪亮翅勢) 동작을 참고했을 가능성이 있다. |
쳇다리지르기 | | 쳇다리란, 체로 받거나 거를 때에, 그릇위에 올려 그 위에 체를 올려놓는데 쓰는 기구이다.
두 주먹으로 동시에 지르는 모습이 쳇다리를 닮았다 해서 쳇다리지르기로 정한듯하다. |
십진품새의 구성은 특별히 황소막기, 멍에치기 2번, 바위밀기 3번, 쳇다리지르기 4번이 나오는 것으로 볼 때 농경문화와 십장생 문화를 반영하였다. 또한 무예와 농경문화를 연결시킨 것을 보면 고려시대부터 내려져 오던, 「평상시에는 농사를 짓다가 농한기에는 훈련을 하고 유사시에 소집되어 전쟁에 참여하는 병농일치제」문화를 엿볼 수 있으며 특별히 바위밀기의 3번 등장은 매우 의미가 크다.
표4) 바위밀기의 다양한 의의 | | | 실제 바위밀기 | 십진 품새 바위밀기 | 무예적용 바위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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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무거운 바위를 밀어내기 위해서는 큰 힘과 강한 의지가 필요하며 불가능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꾸준히 정신력과 체력을 길러야 한다.
장수하기 위해서는 근육과 뼈를 단련해야 하고 호흡을 느리고 길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십진품새의 바위밀기에 반영하였다.
바위밀기 동작을 실제겨루기에 반영해보면 다음과 같다.
「온 몸을 이용하여 상대와 실제로 겨루다 보면 서로 뒤엉켜 싸우게 되고 상대가 나를 강하게 감싸 안을 수 있다. 바위처럼 육중한 상대를 황소의 뚝심으로 밀쳐내는 것이다. 내손의 위치와 상대와의 거리에 따라 늑골과 명치, 가슴, 목과 턱을 밀어낼 수 있다.」 |
십진품새의 바위밀기를 폭넓게 이해하기 위하여 다른 무예 중 바위밀기 형태와 의의에 있어 유사성이 있는지를 조사해본 결과 중국의 달마역근경에서 발견하였다.
달마역근경은 중국 당나라 시대에 불교의 시조인 달마대사가 승려들의 건강을 위해 저술했다는 건강 서적이다. 서서하는 12가지 방식이 있으며 제6식 출조양시세는 다음과 같다.
표5) 바위밀기와 유사한 달마역근경의 「출조양시세(出爪亮翅勢)」
(
숨겼던 양손을 앞으로 힘차게 내민다.)
用力收回處(용력수회처) 功須七次全(공수칠차전) 挺身兼怒目(정신겸노목) 推手向當前(추수향단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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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역근경의 출조양시세는 근육과 골격을 단련하는 외공이며 심력과 체력을 증강시키는 자세이다. 허리에 숨겼던 양손을 앞으로 내밀며 주로 호흡을 느리고 길게 하며 밀고 당기는 동작이 있으며 하늘 끝을 투시하는 연공이 있다. |
1967년 당시 도제식 수련형태와 구결 교육방법으로 인해 십진품새에 대한 섬세한 설명이 빠져있지만 품새 안에 내포되어 있는 품새 의의를 찾아내려는 깊은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십진품새 1동작처럼 함부로 원형을 훼손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처음부터 정확한 뜻을 찾아내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많은 태권도인 들이 공부하는 자세로 관심을 갖는다면 하나씩 하나씩 밝혀지고 축적되면서 품새의 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표현하는 날이 오리라 본다.
제정 된지 50년 된 공인 품새 속에는 전통사상과 그 시대의 관습과 행동양식이 담겨 있다. 그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보지도 않고, 궁금해 하지도 않은 채, 그냥 겉모습만 보고 쓸모없는 구식이라고 외면하고 있는지 되새겨 볼 일이다.
참고문헌 및 자료국기원(2016). 태권도교본
네이버(2017). 사전 및 이미지 검색
대한태권도협회(1975). 태권도 교본
황 기(1970). 수박도 대감
Google(2017). 사전 및 이미지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