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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의 고전 속 정치이야기] 양견탈권(楊堅奪權)
 
서상욱 역사 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4/05/08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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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개 서상욱(사학자) 
몇 해 전 ‘연개소문’이라는 드라마가 방영됐다. 드라마에서 수(隋)의 문제 양견은 용렬한 군주였다. 연개소문을 띄우기 위해서라지만 남북조시대라는 중국사에서 가장 오랜 정치적 혼란기인 남북조시대를 극복하고 통일왕조를 세운 인물을 지나치게 희화화했다.
 
후계자 선정을 잘못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는 않지만, 드라마에서와 달리 양견은 상당한 정치적 능력과 지략을 지닌 인물이었다.
 
특히 그는 사람을 쓰고 버리는 수법에 능했다. 어느 조직이든 권력자에게는 용인술이 가장 어렵다. 부하의 잘못을 보고도 모르는 체하거나 명백한 사실을 방치하면 큰일을 그르칠 수 있다. 그렇다고 아는 대로 문책하다가는 자신의 수족을 잘라내게 되어 정적에게 기회를 줄 수도 있다.
 
북주(北周) 말년에 정권을 장악한 양견은 제위를 찬탈할 계획을 세웠다. 그의 아버지 양충(楊忠)은 북주의 개국공신으로 수국공(隋國公)으로 봉해졌다. 북주의 무제 우문옹(宇文邕)은 뛰어난 군주였다.
 
서위시대에 국가의 기둥이었던 우문태(宇文泰)의 아들인 그는 자신의 형이자 선제였던 우문육(宇文毓)을 죽인 우문호(宇文護)에게 국정을 맡기고 12년 동안이나 때를 기다렸다. 우문호는 유연(柔然)을 멸망시킨 돌궐(突厥)과 연합하여 북제(北齊)를 공격했으나 실패했다. 우문옹은 그것을 기회로 우문호를 살해하고 친정을 시작했다. 라이벌 북제를 누르고 노려 북방을 평정한 그는 남방의 진(陳)과 대치하는 국면을 만들었다.
 
아버지를 이어 수국공이 된 양견은 딸을 무제의 태자 우문윤(宇文贇)의 아내로 들여보냈다. 무제의 사후에 뒤를 이은 선제(宣帝) 우문윤은 폭군에 가까웠다. 그는 선대의 중신들을 죽이고 동궁시절부터 부하였던 정역(鄭譯)에게 정치를 맡겼다.
 
AD 580년에 선제가 죽고 어린 정제(靜帝) 우문천(宇文闡)이 즉위하자 외조부 양견이 권력을 장악했다. 선제의 근신이었던 유방(劉昉)과 정역은 양견에게 협조적이었다. 그러나 양견의 집권에 불만을 품은 북주의 구신들이 여러 곳에서 그를 토벌한다는 명분으로 군사를 일으켰다.
 
상주(相州)의 총관 울지형(尉遲逈)이 기병하자 관동의 여러 주가 호응했다. 운주(鄖州)의 총관 사마소난(司馬消難)과 익주(益州)의 총관 왕겸(王謙)이 군사를 일으켰다. 일순간 형세가 돌변했다. 양견이 통제할 수 있는 곳은 관중(關中)뿐이었다.
 
양견으로서는 그나마 유방과 정역이 세력에 기댈 수밖에 없었으나 그들은 그의 안타까운 입장은 생각하지 않고 교만하게 굴면서 향락과 재물에 탐닉했다. 양견은 울화가 치밀었으나 당장 그들을 처단할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양견의 집권을 도운 공로자였으며, 관중에서 나름대로 선정을 베푼 덕분에 일정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었다. 이들을 축출한다면 사람들은 토사구팽을 했다고 비난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유일한 기반인 관중에서마저 고립될 가능성이 높았다.
 
북주의 구신들은 내분을 기회로 이용할 것이다. 고민하던 양견은 한 가지 계책을 생각해냈다. 당시에 정역은 항상 자신의 사무실에 나와 재물이나 쾌락에 관한 일이 아니면 일체의 공무를 처리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양견의 정권에서 특권을 누린다고 생각했다. 양견은 그러한 정역의 심리를 이용했다.
 
정역이 평상시처럼 사무실에 나와 있는 며칠 동안 다른 날과 달리 누구도 공무에 관한 일을 묻지 않았다. 처음에는 편안하게 생각했지만 일이 없으니 명령을 내릴 것도 없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깜짝 놀라서 양견을 찾아가 자신의 잘못을 빌고 스스로 사직했다.
 
양견이 좋은 말로 위로했지만 한 번 놀란 정역은 이후로 양견의 눈치를 살폈다. 내부가 안정되자 양견은 위효관(韋孝寬), 왕의(王誼) 등을 파견하여 난을 평정했다. 그가 제위를 찬탈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북주의 정치를 맡고 난 후 10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위기에 몰린 대통령에게도 이러한 솜씨가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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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05/08 [20:38]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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