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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욱의 고전 속 정치이야기] 매처학자(梅妻鶴子)
 
서상욱 역사칼럼니스트 기사입력  2015/10/12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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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개 서상욱     © 한국무예신문
임포(林逋, 968~1028)는 항주출신으로 자를 군복(君復), 호를 화정(和靖)이라 했다. 서호의 고산에 은거해 결혼도 하지 않고 청빈하게 살았지만 시사서화(詩詞書畵)에 모두 능했다. 젊은 시절 천하를 주유하며 40세까지 산수를 즐겼지만 고향 서호만은 못하다고 생각했다.
 
귀향한 그는 서호 북쪽 고산 자락에 초려(草廬)를 묶고 살았다. 20년 동안 도시로 나간 적이 없었지만 유명한 범중엄(范仲淹)과도 친밀했다. 유난히 매화를 사랑해 곳곳에 심어두고 홀로 즐거워했다. ‘산원소매(山園小梅)’ 가운데 일부이다. 구양수가 매화를 노래한 시 가운데 최고의 절창이라고 칭찬한 구절이다.
 
소영횡사수청천(疏影橫斜水淸淺) 암향부동월황혼(暗香浮動月黃昏)
상금욕하선투안(霜禽欲下先偸眼) 분접여지합단혼(粉蝶如知合斷魂)
 
성긴 그림자 비스듬히 맑은 물에 떠오르고, 그윽한 매향은 몽롱한 달빛 속에 감도네.
서리가 먼저 내리려고 훔쳐보다가, 흰나비가 혼이 나간 줄 알겠구나.
 
매화는 겨울을 견딘 후 제일 먼저 피는 꽃이다. 성급한 녀석은 눈이 녹기도 전에 피기 때문에 설중매(雪中梅)라고도 한다. 소나무, 대나무와 함께 세한삼우(歲寒三友)라고도 하며, 난초, 국화, 대나무와 함께 사군자(四君子)라고도 한다. 선비의 고아한 품격을 상징하는 것으로 매화만한 것이 드물기 때문일 것이다.
 
학 한 쌍도 길렀다. 손님이 오면 가동이 조롱을 열고 학을 놓아주었다. 임화정은 호수에서 놀다가 그것을 보고 노를 저어 집으로 돌아왔다. 손님과 술을 마시고 시를 읊을 때는 학도 울며 춤을 추곤 했다. 임화정은 ‘고명(皐鳴)’이라는 시를 지었다.
 
고금명기유전문(皐禽名祇有前聞) 고인원항야정분(孤引圓吭夜正分)
일려편경요혈파(一唳便驚寥泬破) 역무한의도청운(亦无閑意到靑雲)
 
학이 울 때는 소식이 온다더니, 홀로 한밤중에 큰소리로 우는구나!
한 번 울어 고요한 정적을 깨뜨리니, 청운에 이르려는 뜻을 어찌 막겠는가?
 
‘고명’은 ‘역경 중부괘(中孚卦)’ 구이효의 ‘학기 그늘에서 우니, 그 자식이 화답하네(鳴鶴在陰, 其子和之)’와 ‘시경’의 ‘학이 높은 하늘에서 우니, 하늘 가득 소리가 퍼지네(鳴鶴九臯, 聲聞於天)’의 경지이다. 학은 동아시아의 북반부에 서식한다. 백학은 가끔 보이나 홍학은 희귀종이다. 몸집이 작은 두루미와 달리 학은 서있을 때 키가 140㎝나 된다.
 
고대인들은 학이 1천년을 산다고 믿었다. 백학은 코를 꽁무니에 박고 잠을 잔다. 잠을 자는 동안 기가 임독맥을 순환하기 때문에 장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숨어서 우는 학의 울음소리를 명(鳴), 날면서 우는 소리를 려(唳)라고 한다. 명은 테너 정도의 저음이고, 려는 소프라노 정도의 예리한 고음이다. 학이 숨어서 울 때는 천둥처럼 우렁차다. 자주 울지 않으니 울 때는 반드시 어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학은 시운이 맞지 않으면 숨고, 때가 되면 나타나 짧고 강한 메시지를 던지는 군자와 같다. 
 
임화정이 서호에서 은거한 것은 고립이나 도피가 아니었다. ‘역경 계사전’에서 공자는 ‘군자가 집에서 한 마디라도 옳은 말을 하면 천리 밖에서도 호응한다. 가까운 곳에서라면 더할 나위가 있겠는가?
 
옳지 않은 말은 천리 밖에서도 비난한다’라고 했다. 공자가 말한 집은 학이 숨어 있는 그늘이다. 그늘은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이다. 그러므로 ‘논어’에서 말한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서운해 하지 않는(人不知不'C)’ 느긋함이다. 임화정의 고명은 그러한 경지이다. 전하는 말에 따르면 임화정이 죽자, 그가 기르던 학도 묘지 앞에서 구슬피 울다가 죽었다고 한다. 삼랑진의 깊은 산골에라도 매화를 아내로 학을 아들로 삼고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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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10/12 [08:06]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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