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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팔각정 앞 전통무예 십팔기 관감(觀感)
 
이경명 태권도문화연구소장 기사입력  2011/11/14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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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무르익는 지난 토요일(12일) 오후 남산을 찾았다. 남산은 내게 아내와 함께 자주 찾는 곳이다. 전철을 이용해 동국대 역 6번 출구로 시작, 동국대 입구 앞 남산길을 인도하는 계단길 또는 가끔은 국립극장 쪽을 향해 산책길에 나선다. 아니면 버스를 이용하여 하이얏트 호텔 앞에서 내려 남산 숲에 바로 안기는 코스를 택하기도 한다.
 
그날은 아내와의 산책을 포기하고 지인을 통해 알게 된 마지막 우리 전통무예 십팔기의 시범공연이 있다기에 꼭 한 번 보고 싶어 해왔던 프로그램을 놓칠 수는 없었다. 일찍 집을 나서 여느 때와 같이 즐겨 걷는 코스에 따르기로 했다. 동국대 역 6번 출구에서 인도되는 코스가 그것이다. 토요일 오후 시간이라 많은 사람들이 다소 늦은 단풍을 즐기며 산책길에 나선 듯하다.
 
나는 지인과 함께 6번 출구에서 만나 걷기 시작했다. 공연 시작은 4시 반이라니 걸을 수 있는 시간의 여유로 동행한 지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도 무예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터라 더더욱 우리는 화제가 줄곧 무예가 중심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무예가 근자에 회자되고 있는 듯하다. 더 적확한 표현으로는 무도보다는 무예라 일컬어지는 풍조가 특히 태권도분야에서 이는 듯싶다.
 
무예, 그 가운데서도 ‘전통무예 십팔기’라고 하니 그간 책에서만 접해왔던 실제(實際)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팔각정에 이르니 사람들이 붐비고 있었다. 십팔기 시범공연 시작하기에는 반시간 정도 남았다. 한 곳에서는 랩 선율이 신나게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도 십팔기 공연을 위해 벌써 팔각정 앞 계단에 관객들이 자리 잡고 있다.
 
▲ 관람객들이 입추의 여지없이 가득 찬 가운데 전통무예 십팔기 공연이 남산팔각정 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이다. 시연자들의 복장이며 그 병기들이 내 시야를 그곳으로 이끈다. 공연진행자(책임자)의 육성이 침묵을 유도한다. 그가 박금수 무예가라는 것은 뒤에 동행한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되었다. 시연자들이 입장, 정렬한다. 병기대장인 듯한 키가 훤칠한 자가 관객석을 향해 구령을 하며 인사를 한다. 인사방법은 왼손엔 무기가 들려있고 오른손으로 가슴에 어깨와 수평이 되게 올리는 의식이다.
 
진행자의 간단한 설명은 이해를 돕는다. 갖가지 칼의 종류와 봉, 그 이름에 걸맞은 기예를 보이는 것이었다. 아! 저것이 한민족의 전통무예 십팔기의 진수라는 것을…. 한 기예의 시범이 끝나자 관객들은 박수로 화답한다. 무기를 다루는 기예다보니 정교한, 숙달된 몸짓이 아니고서는 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순간에 떠오른다.

무기를 다루는 솜씨가 정교하고 세련되다보니 관객들이 자리를 뜨지 않는다. 흥미도 그러하지만 낯선 신묘한 기예의 순간을 놓칠 수 없는 것이다. 음악이 곁들어질 때도 있고 어떤 시범에서는 진행자가 격렬하게 북을 두드리는 솜씨가 흥을 돋운다. 아니 흥이라기보다는 연출효과, 다시 말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을 배가시키는 것이다.
 
내게는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시간이었다. 공연은 40여 분 동안 진행되었다. 관람하는 어느 순간에는 태권도 시범과 비교되기도 했다. 태권도는 맨손맨발로 하는 것에 반해 십팔기는 병장무예이기에 필히 한손 또는 양손에 병기를 들고 하는 것이 다르다.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시간이었다. 문외한인 대부분의 관객이 지루함을 느끼게 될 순간에는 한복을 차려입은 미녀 셋이 등장해 병기를 든 시연자 앞에 나타나 무언의 촌극을 보이는 것으로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재미도 제공한다.
 
진행자 박금수의 간단간단한 해설은 무예를 이해하는 데 보는 이로 하여금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등패, 월도, 당파(삼지창), 기창, 곤봉, 장창, 쌍수도 등 많은 생소한 무기 이름이 등장한다. 감동적 이해와 전통무예 십팔기, 우리 것에 대한 문화가치를 안겨 준 토요일의 반나절이었다.
 
저녁에 인터넷 검색에 빠졌다. ‘전통무예 십팔기’ 를 클릭하니 많은 정보마당이 펼쳐진다. 하지만 더러는 혼란스럽기도 하다. 제마다 전통이니 십팔기 또는 24기 또는 24반 무예라는 용어의 단체들이 즐비하다. 이러고 보니 우리는 태권도에서 뿐이 아니라 또 다른 세계에서 서로가 ‘전통’이라고 주장하는 양태가 가관이다.
 
그간 내가 책을 통해서나 듣고서 알고 있는 지식은 『무예도보통지』등의 적통을 잇고 있는 ‘전통’의 복원자는 해범(김광석의 아호)이고 그 뒤를 이어 동문선(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신성대 씨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산하에 연구하고 무혼과 무맥, 무덕을 쌓고 있는 유일한 계통(보존회)이라는 것이다.
 
전통무예의 개념은 ‘사제 간에 전승된 계통이 무예’라고 하며 ‘전통무예 십팔기’는 조선시대의 무예를 총 정리한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에 실린 18가지 무예를 말한다. 오늘날 ‘전통무예’라는 용어가 중구난방으로 남발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는다.
 
▲ 박금수(左)와 이경명(右)     © 한국무예신문
무예를 닦고 무예를 사랑한다면 용어 사용에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앞서 배웠건 뒤늦게 입문하였든 간에 무예를 진정 사랑하고 아낀다고 할 때에 신중함과 진실성을 보이는 것이 무덕의 정신일 것이다.
 
좁은 울타리 안에서 다툴 것이 아니라 어느 무예를 수련하고 있든 간에 이제는 시야를 넓혀야 할 필요가 있다. 무예의 세계화는 수련인구의 분포도 중요하지만 질적인 가치보존은 유네스코에서 실시되고 있는 ‘세계문화유산’이라는 인증체계는 예사롭지 않을 듯하다.
 
무예계의 정화를 기대하며 남을 인정하고 존중 내지 가치를 보존하려고 하는 자세가 무덕의 실천일 것이며 상생하는 길이라는 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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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11/14 [12:22]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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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손 2011/11/30 [11:52] 수정 | 삭제
  • 지나가다 우연히 보게되었는데 정말 흥미롭고 다이내믹한 시연이었습니다.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힘이 느껴지는 무예를, 실제로 숙련된 시연자들을 통해 볼 수 있는게 좋았던것 같습니다. 비록 다른 무예계에 속해있지만 십팔기의 앞날에 무운을 빕니다.
  • 남산의정취 2011/11/29 [18:07] 수정 | 삭제
  • 남산의 가을에 멋진 공연이었을듯 합니다..

    실제로 보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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