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철 회장(재중대한태권도협회) ©한국무예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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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를 한자로 표기하면 跆拳道이다. 아마 중국인 외에도 한국인이나 한자를 사용하는 일본인이라면 跆는 발, 拳은 주먹을 의미한다는 정도는 다들 알고 있겠지만, 道자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 지를 명확하게 이해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무도인이라면 “태권도, 유도, 공수도, 합기도 등에 사용되고 있는 道자의 의미가 무엇이며, 왜 같은 道자를 사용하고 있는 것 인지, 그리고 함축된 의미의 내용은 같은 것 인지” 등에 관해 한 번 쯤은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싶다.
대략 10여년 전 세계태권도연맹에서 근무하시는 한 분이 느닷없이 필자에게 “道자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아십니까?”라고 물어 온 것은 아마도 도자의 의미에 대해 물어보는 외국인들이 적지 않았기에 그리했을 것이라 사려 된다.
하지만 도자에 함축된 의미를 간략하게 설명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국내외의 태권도계에서 道자에 관한 명확한 함의의 내용을 설명해 놓은 책자와 논문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국기원에서 발행한 태권도교본에 道자에 관해 언급한 내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유학儒学과 도교道教와 관련 지어 대단히 간략하게 소개해 놓았을 뿐 명확히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道자의 함의를 알아서 뭐하나?
간혹 태권도 지도자들 중에 “그거 알아서 뭐하나!”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 데, 그것은 물질 외 정신은 무의미한 것이라 치부하는 것과 같다.
정신과 영혼이 배제된 육체만의 삶이 무슨 의미가 있으며, 이데아의 세상을 갈망하지 않는 육안의 세계에서의 쾌락과 환희는 또한 무슨 의미가 있을까? 천국과 극락이 없는 종교가 존재할 수 있나?
태권도는 공격과 방어의 동작만을 숙달하고 수련하는 육체적 활동 외에 정신적 가치나 추상적 관념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한다면 태권도의 정신수양이나 인격수련의 무형적 가치는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철학과 사상의 가치를 배제한 무도, 격투술의 수련은 반사회적 인격 소유자들을 양성할 위험성을 다분히 내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련 목적이 극히 저급하고 저질스러워질 것이다.
“人能弘道“, “사람이 도를 넓히는 것이다.” 객관적 사물과 사실의 배후에 내재된 추상적 개념과 관념적 가치를 체득하고 현세에서 실천해 나감으로써 진정한 도의 가치를 넓혀 나가는 것은 바로 인간이다 그렇기에 태권도에 내재된 추상적, 관념적 사상과 철학적 의미를 넓히고 체계화해서 심신 일체의 일원화 과정을 통해 자아의 완성을 이룰 수 있음을 실증해 내는 것은 태권도 지도자들의 고귀한 사명이다.
도자에 담겨진 진정한 의미를 이해한다는 것은 한국 전통 문화의 정수를 이해한다는 것과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태권도에 내재된 우리 민족의 올곧고 고결한 정신의 바탕이 되는 풍부한 사상과 철학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