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대   이경명   김정록   김혁출   고성규   김용철   이호철   이지성   이송학   이창후   고영정   기고   역사산책   무협소설   무예이야기   축사
편집 2024.05.03 [16:30]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
섹션이미지
신성대
이경명
김정록
김혁출
고성규
김용철
이호철
이지성
이송학
이창후
고영정
기고
역사산책
무협소설
무예이야기
축사
공지사항
회사소개
광고/제휴 안내
개인보호정책
청소년보호정책
기사제보
HOME > 칼럼 > 무협소설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밴드 네이버
하수라 霞修羅 HUSTLER - 002
부제: 비리아도(秘理雅道) 비밀스런 이치를 간직한 우아한 길
 
한국무예신문 기사입력  2012/11/29 [09:38]
광고
일천파산(一穿破山), 한 차례의 찌름으로 산을 무너뜨린다는 초식답게 검은 빛의 간은 금포 장한의 손등을 미끄러져 힘차게 뻗으며 황구(黃球)를 가격했다.

따악-!

번개 같은 속도로 비무대의 래일(來逸)-(공이) 왔다가[來] 달아나는[逸] 곳. 즉 쿠션(Cushion)-을 무려 네 차례나 튕긴 황구는, 비무대의 한쪽 규(珪 모서리)에 마치 황소의 고환(睾丸)처럼 나란히 놓여 있던 홍색과 백색의 공을 향해 맹렬한 속도로 굴러갔다.

따닥-!

경쾌한 소리가 무관 안에 울려 퍼졌다.

별로 큰 소리가 아니었음에도, 무관 내의 모든 사람은 그 반향음(反響音)을 마치 거대한 범종(梵鐘)이 바로 곁에서 울리는 것처럼 느꼈으리라. 

대 위를 구르던 공이 멈춰 서자 사람들의 시선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위자운에게 향했다.

그의 얼굴은 납빛처럼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

“으하하하하-!”

서서히 무관 안을 채워 가던 정적은 돌연 터져 나온 우렁찬 웃음소리에 그만 겁을 먹고 자취를 감춰 버리고 말았다.

목젖이 보일 정도로 고개를 뒤로 젖히고 한 차례 소성(笑聲)을 쏟아냈던 금포의 장한이 고개를 들고, 위자운을 바라보며 낮지만 힘이 느껴지는 음성으로 말했다.

“어떻소? 승부가 났으니… 이제 약속을 지켜야 하지 않겠소?”

“…….”

위자운은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금포인이 고개를 돌려 눈짓을 하자, 비무대 옆 의자에 앉아 있던 흑의인(黑衣人)이 일어섰다. 건장한 체구에 각두기(角頭起), 각지게[角] 머리[頭]를 세운[起] 사내였다.

사내는 손을 품에 넣더니 놀랍게도 날이 새파랗게 선 단도를 꺼내 들었다. 

금포인은 수하(手下)의 손에 들린 단도를 힐끗 살펴보더니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다시 위자운에게 물었다.

“직접 하시겠소… 아니면 도와 드릴까?”

“지, 직접 하리… 다.”

위자운의 음성은 떨리고 있었다.

“과연, 과연! 진정한 대장부구려.”

▲ 러시아미녀 당구선수.(이미지출처:Naver) 
금포인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흑의인에게 다시 눈짓을 했고, 그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걸음으로 위자운에게 다가가서는 칼을 건넸다.

의연하게 칼을 받아들었지만, 위자운의 이마에서는 한 줄기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웃음소리에 놀라 달아났던 정적이 어느새 다시 찾아왔는지, 무관 안은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정도였다. 하긴 그 순간 대체 누가 숨소리조차 크게 낼 수 있으랴?

영겁(永劫)처럼 느껴지던 짧은 시간이 지났다.

위자운은 드디어 결심을 한 듯 자신의 왼손을 비무대 위에 올려놓고 손가락을 부챗살 모양으로 쫙 폈다.

칼을 든 그의 오른손이 천천히 허공으로 올라갔다. 마치 칼의 무게가수 백 근이라도 되는 것처럼 보는 이들을 답답하게 만들 정도로 느린 속도였다.

그러나 그 동안을 지루하다고 느낀 이는 아무도 없었다. 곧 벌어질 끔찍한 일을 알고 있기에.

머리 위로 올라갔던 위자운의 오른손은, 들어 올릴 때와는 반대로 눈부시게 빠른 속도로 허공을 가르며 내려왔다. 하얀 빛이 반짝이며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탁-!

“크흐흑-!”

짧은 신음과 함께 그의 왼손에서 분리된 가운뎃손가락이 녹색의 비무대에 선혈(鮮血)을 점점이 뿌리며 멀리 날아갔다.

“하하하-! 오늘 이후 강호에서 다시는 신림구제(新林球帝)의 모습을 보는 일은 없겠군.”

금포의 장한, 사파의 거두이자 마교(魔敎) 최고의 고수 즉방금마(卽放金魔) 부륜달(夫倫達)은 통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소리를 뒤로 한 채, 위자운은 피가 흐르는 왼손을 오른손으로 감싸 쥐고 비틀거리며 무관을 빠져나왔다. 온몸은 식은땀으로 흥건히 젖어 있었고, 악다문 입술 사이로는 신음이 터져 나오려 했지만… 그는 초인적(超人的)인 의지로 모든 것을 참으며 안간힘을 짜내어 발길을 옮겼다.

머리는 텅 빈 것 같았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오랜 습(習)에 의해 몸이 체득한 바대로 그저 발길을 옮기고 있을 뿐이었다. 
 
“여보! 어쩐 일이세요? 아니, 이 피……! 아앗, 여보!”

강화일미(江華一美) 조류향(趙留香)은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온 남편의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위자운은 아내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아무런 말도 없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이제 막 여섯 살이 된 아들 상천(相天)은 여느 때와는 다르게 무섭게 느껴지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너무나 놀란 탓에 울음조차 터뜨리지 못 했다.   
 
그 날 이후, 누구도 강호에서 신림구제 위자운의 모습을 본 사람은 없었다.

이틀 후, 그가 스스로 천령개(天靈蓋)를 눌러 목숨을 끊은 때문이었다.

- 다음에 계속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밴드 네이버
기사입력: 2012/11/29 [09:38]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
[현리의 당구무협소설] 하수라 霞修羅 HUSTLER - 039 한국무예신문 2013/04/22/
[현리의 당구무협소설] 하수라 霞修羅 HUSTLER - 038 한국무예신문 2013/04/18/
[현리의 당구무협소설] 하수라 霞修羅 HUSTLER - 037 한국무예신문 2013/04/14/
[현리의 당구무협소설] 하수라 霞修羅 HUSTLER - 036 한국무예신문 2013/04/10/
[현리의 당구무협소설] 하수라 霞修羅 HUSTLER - 035 한국무예신문 2013/04/08/
[현리의 당구무협소설] 하수라 霞修羅 HUSTLER - 034 한국무예신문 2013/04/03/
[현리의 당구무협소설] 하수라 霞修羅 HUSTLER - 033 한국무예신문 2013/04/01/
[현리의 당구무협소설] 하수라 霞修羅 HUSTLER - 032 한국무예신문 2013/03/29/
[현리의 당구무협소설] 하수라 霞修羅 HUSTLER - 031 한국무예신문 2013/03/24/
[현리의 당구무협소설] 하수라 霞修羅 HUSTLER - 030 한국무예신문 2013/03/21/
[현리의 당구무협소설] 하수라 霞修羅 HUSTLER - 029 한국무예신문 2013/03/20/
[현리의 당구무협소설] 하수라 霞修羅 HUSTLER - 028 한국무예신문 2013/03/11/
[현리의 당구무협소설] 하수라 霞修羅 HUSTLER - 027 한국무예신문 2013/03/07/
[현리의 당구무협소설] 하수라 霞修羅 HUSTLER - 026 한국무예신문 2013/03/04/
[현리의 당구무협소설] 하수라 霞修羅 HUSTLER - 025 한국무예신문 2013/02/28/
[현리의 당구무협소설] 하수라 霞修羅 HUSTLER - 024 한국무예신문 2013/02/26/
[현리의 당구무협소설] 하수라 霞修羅 HUSTLER - 023 한국무예신문 2013/02/21/
[현리의 당구무협소설] 하수라 霞修羅 HUSTLER - 022 한국무예신문 2013/02/19/
[현리의 당구무협소설] 하수라 霞修羅 HUSTLER - 021 한국무예신문 2013/02/13/
[현리의 당구무협소설] 하수라 霞修羅 HUSTLER - 020 한국무예신문 2013/02/07/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최근 인기기사
광고
광고
광고
  회사소개광고/제휴 안내개인보호정책청소년보호정책기사제보보도자료기사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