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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라 霞修羅 HUSTLER - 022
부제: 비리아도(秘理雅道) 비밀스런 이치를 간직한 우아한 길
 
한국무예신문 기사입력  2013/02/19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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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당구 포즈 어때요?" 당구 레이싱걸.(사진출처: Naver Power Blog)

과연 결승전에서 만난 두 고수도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그들의 비무는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고, 실력은 막상막하(莫上莫下), 백중지세(伯仲之勢)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구풍(球風)은 확연한 차이가 났다. 삼구지존 이만청이 호랑이처럼 패도적(覇道的)이고 더할 나위 없이 화려한 초식을 구사하며 득점도 한 번에 몰아서 하는 데 반해, 일월신수 양기문은 구름에 모습을 감춘 용처럼 온유하면서도 강인한 기운으로 정확한 초식을 사용해서 착실히 점수를 얻어 갔다.

오판삼선승제인 결승전은 그야말로 누구도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했다. 양기문은 첫 번째와 세 번째 판을 이겼고, 이만청은 두 번째와 네 번째 판에서 승리를 거뒀다.

강호인들은 혹시나 두 절정고수가 양패구상(兩敗俱傷)하지나 않을까 가슴을 졸였고, 구림맹 원로들은 비무의 중단을 심각히 고려하기도 했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였다. 

드디어 마지막 판이 되었다. 두 사람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14 대 14라는 최후의 상황까지 판을 끌고 갔다.

서로 단 한 점을 남긴 상황에서 이만청의 차례가 되었다. 비무대 위의 공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배치였기에 사람들은 모두 그의 승리를 단언했다.

이만청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신중히 겨냥을 하고 필생의 공력을 담아 힘껏 간을 내뻗었다. 하지만 무슨 조화인지… 제1적구를 맞히고 래알에 세 차례를 부딪힌 그의 수구(手球)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 한 접문(接吻 Kiss)-'쫑‘이라고도 한다-으로 인해 빗나가고 말았다.

이만청의 불운(不運)으로 기회를 얻은 양기문은 침착하게 마지막 공을 쳐내어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무릇 모든 승부에는 실력이 중요하지만 운도 따라야 하는 법이기에, 비록 패배를 했다고 하지만 누구도 삼구지존 이만청의 실력이 뒤진다고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그만큼 두 사람의 기량은 초인적(超人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워낙 자존심이 강한 이만청은, 패배를 한 다음날로 금분세수(金盆洗手)를 하고 구림계를 떠난다고 선언했다. 절정의 나이임에도 은퇴를 한 그는 두문불출(杜門不出)하고 외동딸을 지도하며 소일(消日)했다.

그런데 피는 속일 수 없는 법인지 그의 딸은 당무에 천재적인 자질을 보였다. 이에 삼구지존은 그녀를 벽목국(碧目國)으로 보내어 새로운 형태의 무공인 낭구(囊球 Pocket Ball)을 수학(修學)하도록 했고, 워낙 기초가 튼튼했던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고수의 반열(班列)에 올라 각종 비무대회를 석권(席卷)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놀라운 기량으로 어린 나이에 사해팔황(四海八荒)의 구림인을 놀라게 한 그녀에게 벽목국의 한 고수가 물었다.

“대체 어떻게 수련을 했습니까?”

“그저 열심히 했을 뿐이에요. 구련(球練)에 몰두하다 보니, 밥을 먹을 때는 젓가락이 간(杆)으로 보였고, 둥근 접시는 공으로 여겨졌어요. 밤에 자려고 누우면 천장은 비무대로 보였지요.”

“한 마디로 당무의 생활화로군요.”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상구애간(尙球愛杆), 공을 숭상하고 간을 사랑하자는 것이 제 신조이니까요.”

“그러면 당무에서 강해지는 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내투(自內鬪), 자신[自]의 내면[內]과 싸우는[鬪] 것이에요. 스스로를 이기지 않고는 절대 절정의 경지를 이룰 수 없거든요.”

이처럼 뜻 깊은 답을 한 그녀는 자내투리(自內鬪李 Jeanette Lee)라는 별호를 얻었고, 비무시에는 늘 검은 의상을 입고 출전하여 마치 독거미처럼 상대를 물고 절대 놓치지 않는 강한 승부 근성을 보여 흑지주희(黑蜘蛛姬 Black Spider Woman)라고도 불리게 되었다.  
 
얼마 후, 금의환향(錦衣還鄕)을 한 그녀를 축하하기 위해 많은 구림인들이 삼구지존의 집을 찾았다.

“과연 삼구지존이시오. 영애(令愛)를 저토록 훌륭히 키우시다니.”

“호부(虎父) 밑에 견자(犬者) 없다더니… 따님도 젊은 시절의 이 대협을 꼭 닮았구려.”

사람들은 입을 모아 칭찬을 했다.

“불민(不敏)한 여식(女息)이 어쩌다가 운이 좋아 우승을 했을 뿐인데… 이렇듯 축하해 주심에  감사드리오.”

이만청은 손을 모아 읍(揖)하며 모두에게 인사를 했다.

“딸을 외국에까지 보내 당무를 수련토록 한 것은 구림에 복귀를 위한 초석(礎石)이라는 말도 있던데요.”

누군가의 물음에 그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이미 간을 놓은 몸. 새삼 무슨 미련이 있겠소? 다만 딸아이를 가르치면서… 삼구이건 낭구이건 발현(發現)이 다를 뿐 근원은 같은 것이라는 만법귀일(萬法歸一)을 깨달았으니… 한 사람의 구예인으로서 기쁠 뿐이오.”

사람들은 그의 겸양(謙讓)과 후덕(厚德)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기쁜 마음으로 돌아갔고, 이만청은 딸의 손을 잡고 사람 좋은 웃음으로 그들을 환송했다.

그러나 웃음 뒤에 칼을 감춘다는 소리장도(笑裏藏刀)라는 말처럼, 은퇴 선언을 한 그가 강호 구림에 혈겁(血劫)을 불러올 엄청난 음모를 꾸미고 있음은 그 누구도 알지 못 했다.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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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2/19 [08:47]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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