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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라 霞修羅 HUSTLER - 035
부제: 비리아도(秘理雅道) 비밀스런 이치를 간직한 우아한 길
 
한국무예신문 기사입력  2013/04/08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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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구뉴스이미지.(사진출처:한경닷컴, Naver) 
강한 힘으로 적구를 밀고 나간 그의 백구는 래일에 닿는 순간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엄청난 변화를 보였다.

입사각(入射角)의 두 배 가까운 반사를 보인 것이다. 한 마디로 엄청난 희내리였다.

그는 호랑이가 숲에서 뛰쳐나오듯 위력적인 맹호출림(猛虎出林)의 초식과 한 손을 쓸 수밖에 없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손목을 비틀어 회전력을 배가(倍加)하는 천녀회수(天女廻手)의 수법을 동시에 펼친 것이었다.

상천은 그 초식이 오행구 가운데 상비(相比)를 응용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과연… 실전에서는 저렇게 응용되는구나.’

그가 속으로 감탄을 하는 동안, 황지홍은 석 점을 얻었고, 양봉환의 차례가 되었다.

공의 배치는 무척이나 어려웠다. 두 개의 적구는 공 하나가 빠져나가기 힘들 정도로 사이가 가깝게 붙어 있었다.

더더욱 난감한 일은 적구 사이로 보이는 한 지점만이 정확한 타공래일(打空來逸 빈 쿠션치기)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이었다.

양봉환은 호흡을 조절하며 신중히 겨냥을 했다.

손가락 모두를 곧게 펴서 대에 붙이고 엄지손가락만을 들어올린 독특한 형태의 지교(指橋)를 사용했는데, 간병(杆柄)이 간두(杆頭)보다 약간 높이 들려 있었다.

간두와 간병은 수평을 유지하도록 잡는 것이 기본이다. 간병이 들리면 가격이 정확하지 않고, 간병이 내려가면 공이 튀어오를 수 있는 때문이다.

그럼에도 절정고수인 양봉환이 간병을 높이 든 까닭은 무엇인가?

그 모습을 보던 모든 사람은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타악-!

짧지만 날카로운 가격음이 들렸다.

양봉환의 간에 맞은 수구는 도무지 빠져나갈 틈이 없어 보이는 적구 사이를 바람처럼 빠져나갔다.

그리고 바람처럼 빠르게 래일에 세 차례 부딪히고 방향을 바꿔 굴러 와서는 백구와 홍구를 맞혀냈다.

양봉환은 수구의 윗부분을 위에서 내리찍음으로써 마치 잠자리가 수면을 찍고 날아오르듯 공이 뛰어오르는 청정점수(蜻蜓點水)의 초식-일명 도약구(跳躍球 Jump Ball)라고도 한다-을 펼친 것이다.

그야말로 노련미와 심후한 내공이 어우러진 멋들어진 한 수였다.

이를 시작으로 양봉환은 가로로 놓인 공을 쓸어 버리듯 맞히는 횡소천구(橫掃千球), 공을 비스듬히 쳐내는 사행단간(斜行單杆) 등의 초식으로 넉 점을 얻어 도합 열두 점이 되었다.

하지만 황지홍은 이미 열네 점을 얻어 마지막 한 점만 치면 승리를 거둘 수 있는 상황이었다.

무관의 모든 사람들은 넋을 놓고 두 사람의 비무를 보고 있었지만, 상천은 극도로 초조했다.

한 팔만으로 공을 치는 황지홍과 가운뎃손가락이 의지(義指)인 터라 제대로 된 지교가 아니라 엄지손가락에 의존하는 허교(虛橋)밖에 사용할 수 없는 양봉환의 비무는 아무리 생각해도 모두에게 무리인 때문이었다.

상대와 공력 차이가 현저하다면 몰라도, 두 사람은 그야말로 모든 것이 백중(伯仲)하지 않은가?

잠시라도 긴장을 늦춘다면 순식간에 승패가 결정될 수 있는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상황이었다.

실제로 두 사람은 평생의 적수를 만난 듯, 혼신의 공력을 끌어올려 상대와 맞서고 있었다.

초식과 공력의 차이도 거의 없었고, 두 사람 다 육체를 무리하게 사용할 수박에 없는 현저한 약점이 있다는 것도 같았다.

사부를 안위가 염려되어 잠깐 다른 생각을 하던 상천은 다시 비무대로 눈을 돌렸다.

독비괴사의 공격 차례였는데, 상황은 조금 전과 무척 흡사했다.

두 개의 적구는 래일 가까이 모여 있었다.

공과 래일 사이에 역시 공 하나가 빠져나가기 힘든  이 촌 정도의 틈만이 있었고, 그 곳을 지나는 것만이 득점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으-합-!”

황지홍은 발악하듯 괴성을 지르며 간을 뻗었다.

래일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굴러간 수구는, 공을 건드리지 않고 래일과 적구 사이의 작은 틈을 빠져 나왔다.

분명 공의 지름보다 작은 틈이었건만, 그는 천근추(千斤墜)를 변형한 천근압(千斤押)의 수법으로 수구가 래일을 밀고 들어가 적구에 닿지 않고 빠져나오는 묘기를 보인 것이다.

래일은 상교(橡膠 고무)로 만들기에 탄성(彈性)을 지니게 되는데, 강한 힘을 가하면 래일이 순간적으로 밀려들어가므로 결국 보다 넓은 틈새를 확보한 수구는 적구를 건드리지 않고 빠져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공력을 주입했던지 공은 다음 래일에 부딪히는 순간 높이 허공으로 튀어올랐다.

뚝-! 따따따닥-! 데구르르르!

비무대 바깥으로 나간 황지홍의 수구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무관 바닥을 굴러갔다.

그는 마지막 한 점을 남기고 기회를 놓치고 만 것이었다.

아직 비무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양봉환은 석 점만을 남기고 있는 만큼 이변(異變)이 일어나지 않는 한 황지홍은 패하고 말리라.

“흐흑! 주, 중요한 순간에 실수를 하다니… 아직도 공력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 한단 말인가?”

황지홍은 마치 누구를 야단치기라도 하는 듯 허공에 대고 혼잣말을 하더니, 간을 높이 들었다가 강한 힘으로 비무대를 내리쳤다.

탁-! 빠악-!

그의 간은 여지없이 반 동강이가 났고, 부러진 토막은 멀리 날아갔다.

“그토록 오랜 세월을 수련했건만… 또 패하다니…….”

이미 눈의 초점이 풀린 그는 계속 혼잣말을 하며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무관을 나갔다.

무관 바닥을 구르고 있는 두 토막으로 부러진 간은 마치 그가 잃은 팔과도 같았고, 중도에 꺾이고 만 그의 불운한 삶 같기도 했다.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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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4/08 [06:48]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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