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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라 霞修羅 HUSTLER - 023
부제: 비리아도(秘理雅道) 비밀스런 이치를 간직한 우아한 길
 
한국무예신문 기사입력  2013/02/2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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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찔한 S라인"당구뉴스이미지.(출처:Sports Donga) 
마수은전비무첩(魔手隱傳比武牒)
악마의 손, 몰래 비무첩을 전하다

당구의 원류를 찾아 해동을 방문한 비리시(比利時 Belgium) 출신의 젊은 고수 구루몽(具樓夢 Raymond Ceulmans)은 진정한 당무의 본산에서 상승기예를 익히고자 고수들을 찾아다니는 비무행(比武行)을 했다. 하지만 그가 품고 있던 기대와는 달리 결과는 실망스런 것이었다.

명문정파의 속가제자(俗家弟子)로 무관을 운영하던 수많은 관주(館主)들을 비롯해서 경천철간(驚天鐵杆), 삼구무상(三球無相), 도봉구패(道峰求敗), 화곡일룡(禾谷一龍), 광명삼패(光明三覇) 등 수많은 해동의 고수들이, 신력(神力)을 바탕으로 한 그의 맹공(猛攻)에 여지없이 무너지고 말았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서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구루몽은 수학(數學)을 배운데다가 비급(秘笈)을 일찍 접했고, 구 척 가까운 장신(長身)으로 천 근을 들어 올릴 수 있는 괴력(怪力)의 소유자인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지용(智勇)을 겸비한 걸출한 인물이었던 것이다.

“본산이란 말이 무색하군. 인물이 없어. 인물이……,”

이처럼 기고만장하여 스스로를 구성(球聖)이라 칭하던 구루몽은 어느 날 낯선 사내로부터 비무첩(比武牒)을 받았다. 논어 위정편(爲政篇)에 실린 공자의 말을 변형한 시는 명백한 도전장(挑戰狀)이었다.
 
오십유오이지당구(吾十有五而志撞球)  나는 열다섯에 당구에 뜻을 두어
이십이학육구구구(二十而學六球九球)  스물에는 육구와 구구를 배웠고,
삼십이지립행삼구(三十而志立行三球)  서른에는 뜻을 세워 삼구를 행했으며
사십이지무적지경(四十而至無敵之境)  마흔에는 무적의 경지에 이르렀다.
벽목인혜부동대기(碧目人兮不動待期)  푸른 눈을 가진 이여, 꼼짝 말고 기다리게나.  
위척양매오거간고(爲斥洋魅吾擧杆高)  서양 도깨비를 몰아내고자 내 간을 높이 들지니.
 
며칠 후, 날카로운 눈매와는 어울리지 않게 염소수염을 기른 중년인이 나타났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으나 이상하게도 낯익은 듯했고, 돌아서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묘한 인상이었다.

그는 자신의 성을 이(李)라고 밝히며 구루몽에게 비무를 청했다.

“내가 비무첩을 보냈소. 비리시국 고수의 실력 좀 봅시다.”

“좋소. 과연 얼마나 버틸지……?”

구루몽은 가소롭다는 듯 몸을 일으켜 비무대를 마주하고 섰다. 하지만 중년인이 초식을 펼치는 순간, 즉시 자신의 생각이 짧았음을 알았다.

그는 땅[地]을 골라[選] 안아[抱] 오랑캐가[夷] 침범하지[來] 못 하도록[不] 한다는 절묘한 포지선 불래이(抱地選 不來夷 Position Play)로 구루몽이 초식을 펼 틈조차 주지 않았던 것이다. 마치 제갈량이 기문진(奇聞陣)으로 조조(曹操)를 가두었듯.

중년인이 마지막 공을 쳐내는 순간, 구루몽은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오오, 마스터! 정녕 당신은 당구의 마스터입니다.”

마스터(Master)란 어느 분야에서 극(極)을 이룬 인물을 지칭하는 말인 동시에 아랫사람이 주인을 부르는 말이기도 했으니, 구루몽은 그의 놀라운 구예에 스스로 종이 되고자 했던 것이다.

패배를 모르고 승승장구(乘勝長驅)하던 구루몽의 무릎을 꿇게 만든 중년인은 마스터라는 말이 마음에 들었던지, 이를 음차(音借)해서 별호로 삼았다. 악마[魔]의 손[手]으로 공을 쳐낸다[打]는 뜻의 마수타(魔手打)였다.

비무행이 계속되자 사람들은 그의 성인 이(李)를 더해 마수타리(魔手打李 Master Lee)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런데 먹이를 찾아 헤매는 늑대처럼 비무행을 계속하던 마수타리는 돌연 자취를 감췄다. 사람들은 그에게 패배하여 원한을 품은 인물에게 위해(危害)를 입었을 것이라고 추측했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마수타리는의 정체는 다름 아닌 삼구지존 이만청이었고, 그가 비무행을 한 까닭은 유망한 신예들을 엄선하여 제자로 거두기 위함이었다.

이만청은 일월신수에게 당한 패배를 설욕하고. 실추된 지존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 극한의 무공을 얻고자 마교(魔敎)에 입문했다.

워낙 내공이 심후했기에 입문과 동시에 수석장로(首席長老)라는 막중한 직책을 얻은 그는 마교의 도움으로 세상을 마의 새력으로 물들인다는 절초 마세(魔勢 Masse)를 비롯한 위력적인 무공을 연마할 수 있었다. 그러나 빠른 성취를 위해 무리한 행공(行功)을 하던 중 그만 주화입마(走火入魔)에 빠지고 말았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내공은 반 이상이 소실되었고, 시도 때도 없이 밀려드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 그는 금단(禁斷)의 약물로 알려진 향기로운[苾] 갈대[蘆] 뿌리[本], 즉 필로본(苾蘆本 Philophon)을 복용해야만 했다.

그로 인해 잠재되었던 마성(魔性)이 점차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었다. 마성이 짙어지는 만큼 복수심도 강해졌다. 그러나 그 스스로가 복수를 할 능력은 없으니 통탄할 노릇이었다. 남은 길은 단 하나, 남의 손을 빌어 복수를 하는 차도살인(借刀殺人)뿐이었다.    

이만청은 약물을 복용하여 한시적(限時的)이나마 고통을 줄이고 내재된 능력을 극대화하면서, 비무행을 통해 자신의 차도살인지계를 수행할 만한 인물을 찾기로 했다. 혹시라도 정체가 드러날까 역용(易容)을 하고서.

그 결과, 이만청은 세 명의 제자를 거둘 수 있었다. 비리시 출신인 구루몽을 비롯하여 포항(浦港) 출신으로 삽입구(揷入球 구멍치기)의 달인인 부매랑(夫梅郞) 그리고 키는 작지만 당차기 그지없는 이리(裡里) 출신의 정운광(丁運光)이었다.

이만청은 제자들에게 지교(指橋)와 수투록(手投摝) 등 기초에서부터 화려하고 복잡한 예술구(藝術球)에 이르기까지 피나는 훈련을 시켰다.

이미 마성(魔性)에 물들어 반인반마(伴人半魔)가 된 삼구지존의 훈련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보통 사람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뛰어난 기량과 인내심을 가진 그의 세 제자조차 너무도 혹독한 수련을 견디다 못 해 몇 번씩 도망을 치기까지 했을 정도였으니, 가히 짐작을 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이만청은 어떻게 해서든 도망친 제자를 다시 찾아냈고,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처럼 잡혀온 제자들은 중형(重刑)을 받은 죄수이기나 한 듯이 무거운 사슬로 온몸을 칭칭 동여맨 채 수련을 해야 했다.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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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2/21 [23:30]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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