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구레이싱걸 뉴스이미지.(이미지출처:고뉴스,Naver) | |
변화막측오행구(變化莫測五行球)
오행구는 변화가 많아 예측할 수 없도다
“지난 수 년 간 너는 기초를 닦았다. 쉽지 않은 수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잘 따라 주었어.”
“모두 사부님의 은덕입니다.”
“이제부터는 실전에 임하기 위해서 본격적인 초식을 배워야 한다. 여태까지 네가 배운 것은 주로 외공(外功)이었던 만큼, 앞으로는 이론과 내공을 닦아야 해. 물론 현재 너는 약간의 내공이 있고, 독문심법을 꾸준히 연마했기에 경지는 결코 낮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 하고 있을 뿐이야. 네 몸속에 흐르는 기운을 최대한 사용하기 위해서는 초식과 응용에 대해 알아야 한다.”
사부의 말에 상천은 숙연함을 느끼고 자세를 바로 했다.
“하오면 어찌 수련해야 합니까?”
“어느 문파나 나름대로의 이론과 심법(心法)이 있지만, 특히 우리 일월문 당무는 음양오행구라(陰陽五行球)고 한다.”
양봉환은 진중한 음성으로 말했다.
“당구에도 음양과 오행이 있나요?”
“물론이다. 그리고 이는 우리 일월문의 독특한 이론이기도 하다. 상승으로 가려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이지.”
“잘 알겠습니다.”
“우선 기초적인 것부터 설명하마. 공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한 것은 재차 설명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무조건 세게 친다고 해서 모든 공을 맞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힘을 줄 수 있어야 해. 그리고 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확도라고 할 수 있다. 너는 지금까지의 훈련으로 힘과 정확성을 어느 정도 갖추었다만, 공을 가격하지 않고 간만 뻗는 영련(影練 Shadow Exercise)을 했을 뿐이니… 이제부터는 직접 공을 가격하여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수련을 해야 한다.”
“공을 원하는 대로 움직인다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상천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공은 오른쪽을 치는가 왼쪽을 치는가에 따라 회전의 방향이 바뀌게 된다. 또 위를 칠 경우와 아래를 칠 경우, 그 움직임이 달라진다. 이른바 희내리(羲內理) 때문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지.”
“희내리라 하면 회전력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맞다. 희내리를 머금은 공은 다른 공에 부딪히거나 래일(來逸)에 닿았을 때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그래서 숨결[羲]을 공 속[內]에 담는 이치[理]라는 뜻인 희내리라고 하는 것이지. 다른 말로는, 이치[理]를 잡아[拘] 품고[孕] 있다가 펼친다[施]고 해서 잉구리시(孕拘理施 English)라고도 하고, 빛남[彬]을 따른다[隨]는 뜻인 수빈(隨彬 Spin)이라고도 하지.”
“그토록 깊은 뜻이 담긴 것인 줄 처음 알았습니다. 여태까지 매일 보면서도 무심히 지나쳤는데… 정말 저는 눈뜬 소경이나 다름없었군요.”
“희내리는 공을 가격하는 지점 즉 당점(撞點)과 가격하는 방법에 따라 변화한다. 당점이 어디냐 그리고 얼마만큼의 힘을 주느냐에 따라 변화가 달라지는 것이다. 공을 가격하는 방법은 네가 지금까지 수련했으니 잘 알 것이고… 먼저 당점부터 배우도록 하자꾸나. 그것이 오행구의 기본이니까.”
양봉환은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나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당점 즉 간으로 공을 가격하는 부분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중앙과 상하좌우(上下左右)이다. 비록 다섯 가지에 불과하지만 이를 서로 조합하면 중상, 중하, 좌상, 좌하, 우사, 우하 등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수백 수천 가지의 배합(配合)이 나올 수 있다. 이해가 가느냐?”
“네. 당점을 미세하게 변화시킨다면 수천이 아니라 수만의 조합도 나올 수 있겠지요.”
“그렇다. 하지만 수많은 변화의 근본은 앞서 말한 다섯 가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변화의 기본인 상하좌우중의 오방(五方)은 오행과 절대적인 관계가 있다. 즉 중앙은 토(土)요, 위는 수(水), 아래는 화(火), 왼쪽은 금(金), 오른쪽은 목(木)이다.”
“목화토금수의 오행이 작은 공 하나에 전부 담겨 있군요.”
상천이 놀랍다는 듯 말했다.
“각 당점의 오행에 따라 갖춰야 할 마음가짐과 사용하는 기운이 다르고, 간을 쓰는 법도 차이가 있다. 당연히 공의 위력도 다르고, 가격시 울리는 소리도 차이가 난다. 그래서 고수는 상대가 간을 잡은 자세나 사용하는 방법 또는 공이 가격되었을 때의 소리만 듣고도 제대로 쳤는가를 알 수 있다. 이를 오행당법(五行撞法)이라고 하는데… 오행당법을 모두 익혀야 음양당법(陰陽撞法)을 배울 수 있고, 이들을 합쳐 구사하면 음양오행구가 되는 것이다.”
다음날부터 상천은 오행당법의 수련에 들어갔다.
비명에 간 부친과 행방을 감춘 어머니를 떠올리며 이를 악물고 수련에 임했지만 상승에의 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나마 기초가 부실했더라면 엄두도 내지 못 할 힘든 수련이었다.
사부는 무관 위층 옥상에 있는 창고를 세내어 비무대를 설치해 주었다.
“지금은 무척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폐관연공(廢關鍊功)을 해야 해. 식사는 때맞춰 올려 보낼 테니, 절대 내려오지 말고 오로지 수련에만 전념하도록 해라.”
“사부님! 그러면 무관 운영은 어떻게 하시려구요?”
상천은 한편으로는 죄송스럽고 또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사부는 몸도 정상이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사부는 웃는 얼굴로 말했다.
“네 마음은 충분히 알겠다만… 나 혼자도 할 수 있으니 염려 말거라. 괜히 신경 쓰다가는 죽도 밥도 안 돼.”
이처럼 양봉환은 상천을 위해 하나부터 열까지 배려를 해주었다.
그러한 사부의 은혜를 만 분의 일이라도 갚기 위해, 상천은 낮이건 밤이건 손에서 간을 놓지 않았다.
석 달이 흐르자 복잡하기 짝이 없던 오행구도 서서히 묘용(妙用)을 깨우칠 수 있었다.
-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