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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라 霞修羅 HUSTLER - 005
부제: 비리아도(秘理雅道) 비밀스런 이치를 간직한 우아한 길
 
한국무예신문 기사입력  2012/12/1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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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전국당구대회사진.(출처:스포츠조선) 
“공이 아닌 래일을 먼저 칠 경우, 몇 번을 튕겨도 상관이 없나요?”

상천의 물음에 사부는 직접 공을 비무대 위에 놓고 자세히 설명을 했다. 

“타공래일은 일공(一空), 이공(二空) 그리고 삼공(三空) 이상으로 분류할 수 있다. 래일에 한 번  튕기고서 공을 맞히는 것이 일공인데, 가락구를 바란다[願]고 해서 ‘원가락(願可樂)’이라 하지. 래일에 두 번  튕기고서 공을 맞히는 이공은 투지(鬪志)가 필요하다고 해서 ‘투가락(鬪可樂)’이라 하며, 래일에 세 번 이상 튕긴 다음 적구를 맞히는 공삼은 수리(數理)에 밝아야 되기 때문에 ‘수리가락(數理可樂)’ 또는 완전하다고 해서 ‘완전가락(完全可樂)’이라고 한다.” 

“그러면 같은 래일에서 세 번 튕겨도 득점이 되나요?”

상천이 그 동안 궁금했던 것을 묻자, 숙부는 대견하다는 표정으로 그를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어린 눈으로도 자세히 관찰했구나. 하긴 피는 못 속이는 법이니까… 어쨌거나 무척 중요한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는 한 래일에 아무리 여러 번 부딪혔다고 해도 두 번까지 만을 인정했다. 하지만 새롭게 바뀐 구림맹(球林盟)의 규약에 따르면, 역회전력(逆回轉力) 때문에 계속 붙었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하며 한 래일을 타고 구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같은 래일에 세 번을 부딪히더라도 득점으로 인정한다. 공이 튀어 올라서 래일의 윗부분에 닿은 것 역시 한 번 부딪힌 것으로 인정하고.”
 
그날 이후 상천은 본격적으로 당무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비록 공을 쳐보지는 못 했지만, 숙부의 설명을 듣고 나니 여태까지 무심히 지나치던 부분에조차 현묘(玄妙)한 이치가 담겨 있음을 느끼게 된 것이다.
 
강호무변기인다(江湖無邊奇人多)
강호는 끝없이 넓고 기인도 많다

수많은 비무 형태만큼이나 구예를 수련하는 사람들의 계층도 다양했다.

무관을 찾는 구술인은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었다. 색색의 영대(領帶, Necktie)를 드리운 봉급생활인과 학당에 다니는 선비들 그리고 마을에서 껄렁대는 하오문(下五門)의 인물 같은 무리 등으로 나눌 수 있었는데, 풍기는 분위기도 크게 차이가 났고 나름대로의 구풍(球風)이 있었다.

우선 공부하는 선비들은 먼저 구예를 수련한 선배의 권유 때문에 입문하는 경우가 많았고, 초보자나 제법 수련의 흔적이 보이는 고수나 할 것 없이 함께 잘 어울렸다.

그들은 이른 아침이나 신시(申時) 이후에 무관을 주로 찾았는데, 대개 사구 비무를 즐겼고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초식을 교환했다. 화려함은 없지만 주로 정통초식을 사용했고, 대개 공력과 원숙함이 모자랐다.

이에 반해 삼십 대 이상의 생활인들은 거의가 하얀 친삼(櫬衫, Shirt)을 입고 영대를 드리운 차림이었으며, 초보자를 제외하면 대개 삼구나 육구(六球)를 사용한 비무를 했다.

선비들은 단순히 우열(愚劣)을 가르기 위해 비무를 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생활인들은 크지는 않아도 대개 내기를 하여, 승자(勝者)가 술이나 밥을 사는 방식을 선호했다. 그래서인지 무관에 오는 시간도 점심 무렵이 오시(午時) 전후나 아예 늦은 시간인 유시(酉時) 이후인 경우가 많았다. 

그들의 또 다른 특징은 비교적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대개 자신이 밝히는 내공 수위에 미치지 못 하는 수구(水球: 물다마)가 많다는 것이었다. 스스로 내공 오 갑자라고 밝히는 이도 다른 부류의 고수들과 비교해 보면 현저히 약한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제법 노련한 초식을 구사했으며, 화려한 기초(奇招)를 사용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살시(殺時, Killing Time)를 위해 무관에서 살다시피 하는 마을의 불량배나 사파의 무리들은 시도 때도 없이 언제나 내기를 했고, 내공 수위도 대부분 한 단계를 올려야 할 정도로 강했다.

말투만큼이나 거친 행동을 서슴지 않는 그들은 친구끼리 어울리더라도 얼굴을 붉히며 다투기가 일쑤였고, 때로는 낯모르는 이에게 접근하여 내기 비무를 청해 수련비(修練費)나 푼돈을 우려내기도 했다. 그들은 살초(殺招)나 암수(暗手)도 서슴지 않고 사용하여 비무 상대는 물론 보는 이도 섬뜩한 느낌이 들도록 했다.

이러한 이들과는 달리 가끔씩 무관을 찾는 숨은 고수들도 있었다. 드물긴 했지만, 구림맹(球林盟) 원로나 드러나지 않은 재야고수(在野高手) 아래에서 수련한 그들은 소위 ‘판이 만들어지기[作]를 기다라는(待期)’ 작대기(作待期: 당구의 ‘타짜’)라는 부류였다.

이들을 외양만으로 구분하기는 힘들었다. 영대를 드리운 생활인처럼 보이는 이도 있었지만, 다소 화려한 복장을 한 사람도 있었고, 낡은 장옷이나 두터운 겹옷을 되는 대로 걸친 노숙자 같은 인물도 있었다.

비록 외양은 가지각색이었어도 그들의 내공은 칠팔 갑자를 상회했고, 전향(錢香: 돈 냄새)을 맡는 능력이 뛰어났으며, 비무에 임하면 처절하다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승부근성을 보였다.

무관에는 이토록 다양한 이들이 모여들지만 다른 부류끼리 어울리는 경우는 무척 드물었다. 소 닭 보 듯한다기보다는 정수불범하수(井水不犯河水)랄까? 우물물과 냇물은 같은 물이되,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것과도 같았다.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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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2/12/14 [09:33]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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