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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라 霞修羅 HUSTLER - 016
부제: 비리아도(秘理雅道) 비밀스런 이치를 간직한 우아한 길
 
한국무예신문 기사입력  2013/01/2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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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짱 당구선수 차유람.(출처:Naver)© 한국무예신문
상천이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

“실력이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도 아니요,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 정도의 고통을 참아내지 못 하고 어찌 구술인이 되겠느냐? 또한 부모의 원수는 어떻게 갚고?”

‘부모의 원수? 분명 원수라고 했다. 그렇다면……?’

사부가 불쑥 뱉은 말 한 마디가 상천의 가슴을 송곳처럼 후벼 팠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모습을 감춘 것이 원수 때문이었단 말인가?

어렴풋하던 상상이 실체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사부님! 대체 제게… 아니 제 부모님께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입니까?”

사부는 자신의 실언(失言)에 한동안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곧 부드러운 음성으로 상천을 달랬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네가 완벽한 무공을 갖추고 되면 말해 주마. 그 전까지는 오히려 심마(心魔)를 불러 일으켜 수련에 장애가 될 뿐이다. 지난번에도 자칫하면 큰일이 날 뻔하지  않았더냐.”

사부의 말에 상천은 즉시 호흡을 조절하여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기혈을 진정시킨 다음, 벌떡 일어나 다시 간을 들었다.

얼마나 찌르고 거두기를 반복했을까? 문득 간이 손가락 사이를 무척이나 부드럽게 통과하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부드러운 느낌과는 달리 간은 팔찌를 정확히 통과하지 못 하고 있었다.

‘왜 그렇지? 이상한걸?’

고개를 숙여 간두(杆頭 큐끝)를 내려보던 상천은 흠칫 놀랐다.

거듭되는 연습으로 왼손 손등의 껍질이 벗겨져 온통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구예현현학난성(球藝玄玄學難成)
당구의 세계는 아득하고 오묘하여 배우기 어렵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파랬다. 천고마비(天高馬肥),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완연한 가을이었다.

신촌무관 문에는 웅후한 필체로 ‘금일휴업’(今日休業)이라고 쓰여진 종이가 붙어 있었다.  양봉환이 상천의 훈련 성과를 보기 위해 무관을 하루 닫기로 한 것이다.

상천은 비무대에 팔찌를 세워 두고 자간천환(刺杆穿環)의 초식을 펼치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사부인 양봉환이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사백 아흔일곱… 사백 아흔여덟… 사백 아흔아홉… 오백!”

팔찌를 통과시키는 오백 회의 찌르기를 마쳤건만, 상천의 이마에는 단지 몇 방울의 땀이 맺혀 있을 뿐이었고 호흡도 전혀 거칠어지지 않았다.

“훌륭하다. 훌륭해. 반 년만에 오백 회 찌르기를 달성하다니… 아마도 네 나이에 그만큼 안정된 자간천환의 초식을 펼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양봉환은 상천이 대견스럽다는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모두가 사부님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상천은 고개를 숙이고 손을 모으며 말했다.

“이제 기본기는 어느 정도 숙달이 된 듯하구나. 지교(指橋)도 제법 틀이 잡혔고… 수투록(手投摝 Stroke)도 좋다.”

“수투록이라 하옵시면……?”

“손[手]을 던지듯[投] 흔드는[摝] 것, 즉 간으로 공을 가격할 때 팔의 움직임을 일컫는 것이다. 팔꿈치 아래 부분인 하완(下腕)만을 재빨리 당기는 것이 요령이지. 물론 이미 너는 많은 숙달을 했고.”

상천은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공을 닦기 전에 습관처럼 해온 팔꿈치 아래 부분만을 이용한 다섯 번의 공 들어올리기가 바로 수투록 연습이었던 것이다.

사부는 계단을 오르내릴 때는 호흡법을, 공을 나르고 닦을 때는 지교와 수투록 연습이 되도록 하여, 상천의 생활과 당무가 일치되도록 철저한 안배(按配)를 한 것이었다.     

이처럼 짧지 않은 세월 동안 단련이 되었기에 그나마 사부의 훈련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을 깨닫자 상천은 다시 한 번 고개가 숙여졌다.

“하지만 자만하지 말거라.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그러면 다음 수련으로 들어가자.”

“어떤 것이옵니까?”

양봉환은 반지보다 약간 큰 고리 하나를 상천에게 건넸다.

“간을 찔러 고리를 뚫는 자간천환(刺杆穿環)의 초식은 두 가지로 나뉜다. 팔찌를 사용하는 것은 대천식(大穿式)이라 하고, 그보다 작은 것을 통과시키는 것을 소천식(小穿式)이라 하지. 너는 대천식을 마쳤으니… 오늘부터는 팔찌 대신 이것을 사용하도록 해라. 그리고 횟수도 천 회로 늘이고.”

상천의 기대감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뭔가 절묘한 초식같은 것을 배울 줄 알았는데, 또 다시 찌르기의 반복이라니.

게다가 사부가 처음 건네준 팔찌의 지름은 대략 삼 촌(寸)-1촌은 3.03cm-정도였는데, 새로 건네준 고리는 지름이 일 촌이 될까말까 하는 작은 크기로 간두가 간신히 통과할 정도였다.

숙달된 상천으로서도 고리의 가장자리를 건들지 않고 천 회씩이나 간을 통과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압!”

대 위에 세워둔 고리의 중심을 향해 날카로운 기합과 함께 간을 찔렀건만, 간두는 미처 고리를 통과하지 못 하고 바깥쪽에 부딪혔다.

쨍-!

강한 타격으로 고리는 멀리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몇 번을 되풀이해도 결과는 비슷했다. 속도를 빨리 하면 정확도가 떨어져, 고리를 통과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비로소 자간천환 초식이 왜 대식과 소식으로 나뉘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내가 겨우 이 정도밖에 되지 않았단 말인가?’

실의(失意)에 빠져 간을 놓고 있는 상천에게, 사부가 다가와 말했다.

“기예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음도 중요한 법이니… 눈으로만 보려 들지 말고 마음으로 사물을 보도록 해라.”

사부는 상천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는 다시 내실로 들어갔다. 홀로 남은 상천은 곰곰이 사부의 말을 곱씹어 보았다.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고……?’

상천은 고리를 다시 대에 올려놓고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쳐다보았을까? 착각인지 몰라도 고리가 아까보다는 조금 크게 보이는 것 같았다. 이 정도라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간을 통과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간을 들고 다시 고리를 보니 도무지 자신이 서지 않았다.

상천은 다시 간을 놓고 고리를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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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1/21 [10:31]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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