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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라 霞修羅 HUSTLER - 017
부제: 비리아도(秘理雅道) 비밀스런 이치를 간직한 우아한 길
 
한국무예신문 기사입력  2013/01/28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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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구뉴스이미지. 차유람 선수.(출처:뉴스한국, Naver)
“일어나라. 쯧쯧-! 여기서 잠이 들었구나. 감기라도 들면 어쩌려구…….”

사부가 흔들어 깨우는 바람에 상천은 화들짝 놀라 깨어났다. 고리를 쳐다보다가 깜빡 잠이 든 모양이었다.

머쓱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는 상천에게 사부는 자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조급히 먹는 밥은 체하는 법이다. 너는 아직 어리고, 새털처럼 많은 날이 남아 있으니 마음을 가다듬고 차근차근 수련을 하도록 해라.”
 
다시 반 년이 지났다. 그 동안 상천은 피나는 수련으로 눈을 감고도 간을 찔러 고리를 통과시킬 수 있게 되었다. 자간천환 대천식에 이어 소천식(小穿式)도 완성한 것이다.

상천의 시연(試演)을 본 사부는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찌르기가 제법 힘도 붙고 정확도도 갖췄구나. 안법(眼法)도 상당히 숙달되었고… 그러면 내일부터는 다음 단계로 들어가도록 하자.”

실제로 상천은 틈이 나면 사부 몰래 연습을 하여 삼 갑자에 가까운 공력을 지니고 있었으며, 웬만한 초식은 구사할 수 있었다. 사부가 시킨 단조롭기 그지없는 연습에 싫증을 느끼던 터였다.

그런데 이제 찌르기를 마치고 다음 단계에 들어간다니… 드디어 진정한 고수가 된다는 생각으로 상천은 밤새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 했다.

하지만 다음날 저녁, 사부가 상천에게 시킨 수련은 또 한 번 상천을 실망시키는 것이었다.

“공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 그러나 단지 힘이 세다고 해서 능사(能事)는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만큼 공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간에 싣는 힘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오늘부터는 힘의 세기를 조절하는 초식을 익히도록 하자. 간으로 길을 묻는다고 해서 자간문로(刺杆問路)라고 불리는 이 초식은 내뻗는 출간식(出杆式)과 거둬들이는 부간식(掊杆式)으로 나뉜다. 우선 출간식부터 해보자꾸나.”

말을 마친 사부는 비무대 나사(羅紗) 위에 일 촌 간격으로 금을 다섯 개 그었다.

“네쪽에서 보아 가장 가까운 금이 일 번이고, 가장 먼 것이 오 번이다. 구령을 하면 간을 뻗되 내가 지정한 숫자에 해당하는 금 앞에서 멈추어야 한다. 준비해라.”

‘이까짓 것쯤이야’하는 생각으로 상천은 간을 잡고 자세를 잡았다.

“삼 번!”

사부의 말이 떨어지자 그는 최대한 힘을 조절하여 간을 뻗었다.

“네 간두를 보아라. 어디쯤 와 있는지.”

사부의 말에 상천은 슬며시 눈을 깔아 자신의 간끝을 내려다보았다.

최대한 힘 조절을 하여 뻗었건만, 그의 간두는 삼 번을 한참 지나 거의 오 번 가까이에 이르러 있었다.

“지금 너는 힘을 조절했다고 말할 수도 없는 정도로구나. 차이가 이렇게나 나다니…….”

상천은 고개를 둘 수가 없었다. 나름대로 수련을 하여 어느 정도 자신이 붙었다고 생각했는데… 그토록 간단해 보이는 초식도 제대로 펼치지 못 한 것이다. 거의 이 촌 가까운 차이를 내지 않았는가?

“구예란 어쩌면 오차(誤差)를 줄여 가는 것이랄 수도 있다. 티끌만큼의 차이가 나더라도 공은 원하는 바와 다르게 움직인다. 수구에 맞은 적구 역시 생각과는 상이한 움직임을 보일 테고… 그러면 실패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정확도를 갖추기 위해서는 오로지 연습을 하는 길밖엔 없다.”

그날부터 상천은 입술을 깨물고 손이 부르틀 정도로 연습을 했다.

그렇지만 간을 원하는 만큼 내뻗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출간문로의 초식이 왜 길[路]을 묻는[問] 것인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간을 팔찌 사이로 통과시키는 훈련이야, 어쩌면 지교(指橋)가 튼실하면 어렵지 않을 수도 있으나 내뻗는 것은 달랐다.

오른손과 팔 그리고 어깨와 허리까지 하나가 되어야 하는 때문이었다. 게다가 힘과 속도까지 간에 실어야 했으니, 그만큼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아는 길도 물어 가라 했거늘, 하물며 처음 가는 길이야 더욱 조심하고 자세히 살펴야 하지 않겠는가?
 
다시 반 년 가까운 수련으로 상천은 간을 원하는 만큼 뻗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사부는 비무대 위의 금 사이를 십 분의 일로 줄였다.

“미세한 힘의 차이가 엉뚱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법. 극한(極限)까지 힘의 조절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처음 수련한 것은 출간문로 출간식 중 대출식이고, 지금 것은 소출식(小出式)이다. 조금 뻗는다는 뜻이지. 게으름피지 말고 열심히 연습하거라. 여태까지 해온 자간천환도 함께 말이다. 감각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간천환과 출간문로를 천 회씩 연습하자면 한 시진 이상 걸렸다. 도합 이천 회였으니까.

수련의 양이 늘어나면서 몸이 힘들어진 것은 물론 상천은 모자라는 잠과도 싸워야 했다.  개인 수련은 수련생이 모두 집으로 돌아간 밤에 해야 했는데, 종종 늦게까지 연무에 열중하는 수련생도 있는 때문이었다.

하지만 수련생을 쫓아낼 수는 없는 일이기에 제 발로 돌아갈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어떤 때는 축시(丑時)나 인시(寅時)가 넘어서야 수련을 시작할 수 있었고, 날이 훤하게 밝을 때야 비로소 끝이 났다. 잠시 눈을 붙이는 둥 마는 둥하고 일어나 무관과 비무대를 청소해야 했다.

이처럼 시간이 턱없이 모자랐지만 상천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열심히 수련을 했다.

초식이 숙달되는 만큼 시간을 아껴 쓰는 지혜도 늘어났다. 대부분의 수련생이 돌아간 뒤에도 늦게까지 남아 있는 수련생이 있으면, 청소를 시작했다. 다음날 아침에 할 일을 미리 당겨서 하는 것이다.

그가 비질을 하고 걸레질을 하여 부산을 떨면 대개의 수련생은 알아서 집으로 돌아갔고, 상천을 수련을 시작할 수 있었다.
 
-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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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3/01/28 [08:58]  최종편집: ⓒ 한국무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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