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구레이싱걸들.(사진출처:다빈치당구클럽, Naver) | |
어느 문파이든 비결(秘訣)이 있고, 그것을 함부로 전하지는 않는다. 그러기에 최후의 비결은 기록을 해두지도 않고, 스승이 제자에게 직접 말로 전하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 양봉환이 상천에게 구결을 전하는 것은 일월문 구예의 정수를 전하는 것인 동시에 문주의 직위를 물려 주는 것과도 같은 의미가 있었다.
“일월문의 일 대제자 양봉환은 제자 위상천에게 일월문의 모든 절예를 전함에 앞서 몇 가지를 다짐받고자 한다. 앞으로 강호에 나가 약자를 도와 정의를 바로 세울 것이며, 구예의 발전에 혼신의 힘을 기울일 수 있겠느냐?”
“예.”
“어디를 가든 또 무엇을 하든 너는 일월문의 제자임을 잊지 않고, 본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예, 할 수 있습니다.”
“너는 일월문의 절예를 익혔다고 절대 자만하거나 또는 사리사욕(私利私慾)을 채우기 위해 이를 악용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예, 그럴 수 있습니다.”
“됐다. 이제 일월문 구예의 비전을 전하마.”
양봉환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엄숙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압인박회(押引剝回) 현압작약(懸壓斫躍), 밀고 당기며 벗기고 돌린다. 걸고 누르며 쪼개고 뛴다. 이는 밀어치기, 끌어치기, 얇게치기, 돌리기, 걸어치기, 눌러치기, 찍어치기, 뛰어치기 등 구예의 모든 술수를 집약한 것이다.”
“압인박회 현압작약…….”
상천이 구결을 되뇌이자 양봉환이 말했다.
“너는 지난 몇 해 동안 각 구결을 쪼개어 나눈 단수(單手)로 몸에 익혔으니, 그것을 연결하기만 하면 초식(招式)이 될 것이다. 수련을 거듭하여 언제 어떤 경우라도 펼칠 수 있도록 하라. 여기에 음양오행구를 조합하면 못 칠 공이 없느니라. 알겠느냐?”
“네. 잘 알겠습니다.”
“이 구결은 절대 어디에 적어 두지도 말 것이며 남에게 알려서도 안 된다. 네가 다행히 사숙들을 만나면 모르되, 그렇지 않다면 혼자 힘으로 일월문의 무예를 발전시켜 훗날 의발(衣鉢)을 전할 제자에게만 알려 주어야 한다. 맹서할 수 있겠느냐?”
스승의 엄숙한 음성에 상천 역시 진중한 태도로 답했다.
“일월문의 이 대제자 위상천은 스승의 말씀을 깊이 간직하여, 비인부전(非人不傳)의 원칙을 지켜 절대 함부로 비기를 전하지 않을 것이며, 훗날 반드시 제자를 거둬 일월문 구예의 맥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천지신명과 사부인 자신에게 엄숙하게 맹서하는 상천의 모습을 보면서 양봉환은 한 줄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는 억지로 몸을 일으키며 손을 들어 내실의 유일한 가구라 할 수 있는 책상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설합 속에 봉투가 있으니 꺼내 오너라.”
상천이 봉투를 가지고 오자 양봉환은 힘이 다한 듯 들릴 듯 말 듯 가는 음성으로 힘겹게 말을 이었다.
“이것은… 지금으로부터 십육 년 전에 네 어머니가 맡긴 것이다. 네가 장성하면 주라면서… 긴요하게 쓰일 데가 있을 것이니 받아 두어라. 그리고 이 무관은 네가 계속 운영하도록 해라. 계약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사부 양봉환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