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주화운동의 상징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가 29일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한다고 한다. ‘2013 평창스페셜올림픽’ 개막식에 참석, 부대 행사인 ‘세계개발정상회의’에서 기조연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및 국회의장, 서울시장 면담, 광주인권상 수상, 서울대 명예박사 학위 수여받은 후 강연 등 3박4일의 일정이다. 헌데 방한 중 일정을 살펴보니 뭔가 어색하고 허전한 감을 지울 수가 없다. 도대체 뭐가 어디서부터 왜? 먼저 청와대 예방이 없다. 아무리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해도 한국을 대표하는 것은 현직 대통령이다. 게다가 현충원 참배도 없다. 물론 그의 신분이 국가를 대표하지는 않는다지만 말이다. 혹 5.18 광주민주화묘역을 찾을까? 고의인가, 실수인가? 한국국민들은 ‘아웅산’이란 말만 들어도 ‘아웅산국립묘소 폭탄테러’부터 떠올리고 몸서리를 친다. 1983년 10월 9일, 한국의 전두환 대통령이 미얀마를 친선 방문하여 아웅산국립묘소를 참배하던 중 북한의 김정일이 보낸 공작원들에 의해 폭탄 테러를 당했다. 그 사건으로 한국의 부총리와 장관 등 수행원 17명이 순국하고 14명이 부상당하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고 국가적 위기를 겪었었다. 그때 순국한 분들은 지금 동작동 국립묘지에 잠들어 있다. 그리고 그 끔찍한 아픔을 30년 동안 가슴에 안고 살아온 유가족들이 있다. 작년에서야 미얀마 정부와 협의하여 아웅산국립묘소 한켠에 그때 순국한 분들을 기리는 추모비를 세우는 일이 진행되고 있다. 수치 여사가 설마 그 엄청난 사건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아웅산의 딸이라면 마땅히 찾아야 할 곳 헌데도 지금까지 알려진 수치 여사의 방한 일정에는 국립현충원 참배는 물론 유가족과의 만남도 없다. 이게 단순히 실수일까, 아니면 고의일까? 그 사건이 비록 북한의 소행이었다고는 하나, 어쨌든 자기 부친의 묘소를 찾아 참배하다가 당한 참사였다. 세계적인 인물로 추앙받고 있는 그가 설마 그 사건에 대해 아무런 감회도, 유가족들에 대한 일말의 배려심도 없는 걸까? 무엇보다 수치 여사의 이번 방한에 관여한 인사들의 국가관이 심히 의심스럽다. 그가 이번에 동작동현충원을 찾아 그 분들의 묘소를 찾지 않는다면 그건 대한민국을 물 먹이는 일임을 왜 모른단 말인가? 설마 수치 여사가 아직도 대한민국을 군부독재자가 다스리는 후진국쯤으로 알고 있는 건 아닌지? 그게 아니면 대한민국 정부를, 대한민국 국민을 만만하게 본다고 밖에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 그동안 알려진 그의 유명은 허명에 불과했던 것일까? 그가 머리에 꽂고 다니는 그 꽃은 그냥 헛꽃이었나? 그 정도의 내공밖에 안 되는 아웅산 수치 여사라면 서울대학은 그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할 필요 없다. 고작 그의 명성에 빌붙어 학교 이름을 알리고 싶어 바치는 명예박사라면 그건 대한민국 지성의 수치다. 무턱대고 환대할 수만은 없다 그렇다 해도 어쨌든 그는 세계적인 인물이다. 많은 선진국 최상류층 인사들이 그의 행동을 주시하고 생각에 공감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누군가가 그에게 이 사건을 다시 한 번 인지시켜야 한다. 순국자들의 묘에 헌화해야 하고, 그분들을 기리기 위해 만든 세종재단에도 들러 유가족들과 아픔을 함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이다. 대한민국이 그 정도로 가볍게 대해도 될 만큼 두서없이 사는 나라가 아님을, 따끔한 지성이 살아있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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